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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 돕는 방향으로”

 동구권의 변화, 몰타회담 등 국제정세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소련의 아시아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소련 과학 아카데미의 미국 · 캐나다 연구소 극동문제 전문가인 미하일 노소프 박사로부터 들어보았다.

● 소련은 한국과의 관계가 크게 발전되기를 원하는가?
 평양과의 관계 때문에 약간 복잡한 문제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한걸음 한걸음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적어도 소련의 발걸음은 모두 한국의 통일을 돕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에 갔을 때 서울대학교의 한 간담회 자리에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관심이 일치되고 있다는 말을 했더니 한 서울대 교수가 즉각 내 말을 받아 “당신은 통일에 반대한다는 소리입니까”라고 따졌다. 그래서 나는 “아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구나”라고 느꼈다.

● 그 말에 무어라고 답했는가.
 “두나라 (미 · 소)가 전쟁을 원치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입장이 통일에 지장을 주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인가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 아니냐”고 대답했다. 이 문제에 관해 소련은 미국과는 물론, 북한, 남한 그밖에 한반도 문제에 관련된 어떤 나라들과도 대화할 작정이다.

● 유럽의 격변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고 보는가?
 북한에 대한 영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나가면 북한도 신축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한국도 더 신축성을 보이면 좋겠다. 文 (익환)목사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나도 알고 있으나 그를 그렇게 다루면 북한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별로 신축성이 없다. 미국에는 아직 냉전시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 한국의 북방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경제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경제를 통해 북한을 관련시키는 쪽이 쉬울 것이다. 한국 · 북한 · 소련이 3자 합작으로 소련의 연해주 지역을 개발한다는 생각도 실천에 옮겨 볼 만한 때가 되었다.

● 미국이 한국분단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한국에 반미감정이 일고 있다. 6 · 25가 어떻게 일어났으며 소련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국전쟁에 대한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책임문제를 말하자면 물론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러니까 관계개선에 기여하려 하는 것 아닌 가.

● 당시 일을 밝히는 것은 정부가 해야 되는가?
 역사가가 밝혀도 좋을 것이다. 흔히 책에 쓰이기는 “6월25일에 전쟁이 났다. 27일에 서울이 함락되었다”는 정도이다. 또는 “한국군과 미군이 같은 날 갑자기 공격을 전개했다”는 정도이다. 진지하고 솔직한 소련학자들 가운데에도 한국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진실을 밝히는 데는 연구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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