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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문화 구심점’ 청사진 제시 … 예산 ·인력확보가 관건

지난 4월16일 서울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도서관인 ·출판인 등 1천7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 도서관인 큰모임’은 도서관 업무가 문화부로 넘어가면서 처음 맞는 도서관주간(제27회. 4월12일~18일)의 하이라이트일 뿐 아니라 도서관(인)계가 생긴 이래 가장 큰 행사여서, 도서관이 그동안 얼마나 ‘그늘’ 속에 있어왔는가를 반증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 국도서관협회 이춘희 회장은 “지역사회 문화와 정보센터 ·평생교육의 장”으로 도서관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령 문화부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 GNP 수준에 비해 도서관수는 터키나 태국만도 못한 실정”이라고 현실을 진단하고, “공공과 역사의 기억의 장소”인 도서관이 “영혼을 치유하는 도서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모두 2백38개소인데, 시 군 구 중 미설치 지역도 51군데에 이르고 있어 지역간불균형이 심각하다. 공공도서관의 현주소는 외국의 그것과 비교 해보면 그 ‘후진성’이 이내 드러난다. 인구 18만 명당 도서관이 1개관인 우리에 비해 미국은 2만6천9백28명당 1개관(80년)이며 일본은 7만6천 명당 1개관(83년)이다. 따라서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의 장서수도 빈약하다. 미국이 78년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1.93 책, 영국이 80년 기준 233 책, 덴마크가 80년 기준 6.76 책, 일본이 85년 기준 0.96 책인 반면 우리는 국민 1인당 고작 0.12 책에 머무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와 지식, 문화의 척도인 국립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국립도서관 장서가 1백60만권 정도인데 비해 유럽 국가들은 6백만, 미국은 4백만, 일본은 5백50만, 대만은 2백15만권(90년 기준)이다. 인원이나 연간 예산도 우리나라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9일부터 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도서관 업무는 교육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영역변경이 아니라 도서관이 문화 복지의 구심점이 되는 종합문화센터로 성격이 바뀌는 것을 의미 한다”고 문화부는 밝히고 있다. 문화부가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도서관의 새 모습은 우선 학술 ·문화공간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며 전산화를 촉진시키고 국내 도서관을 지도 ·지원하게 될 국립도서관의 위상 변화에서 찾아진다. 이어, 학교도서관이나 전문 ·특수도서관과 달리 국민이 주체인 공공도서관은 앞으로 △지역종합문화공간 △평생교육의 마당 △지역문화센터 △뉴미디어 센터 △범국민 독서운동의 현장 등으로 정착될 예정이다. 또한 도서관 업무를 사서 등 전문 인력이 관장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간 화석화되었던 공공도서관이 ‘후기 산업사회에서의 인간의 삶과 문화’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도서관 청사진의 현실화는 예산 확보와 사회 각 부문의 적극적 협조체제, 전문 인력의 확보 등이 실현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청사진에 그치고 말 것이다. “교육부에서 문화부로 도서관 업무가 이관된 것 자체가 희망적이지만 도서관의 제자리 찾기는 예산확보가 관건”이라고 출판평론가 이중한씨는 지적한다. “후기산업사회에서 도서관(정보)에 대한투자는 경제, 곧 국력에 대한투자”인 것이다. 문화부가 조성하려는 도서관진흥기금 이외에도 재벌기업의 도서관 건립도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출판계 새 활로 여는 계기될 듯
도서관을 운영할 전문 인력의 육성도 또 하나의 관건이다. 매년 전국에서 1천여 명씩 배출되는 도서관학(문헌정보학)과의 현행 교육내용은 정보화 사회를 선도하는 도서관의 새 역할에 발맞추기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한성대 이용남 교수는 “기존의 도서관을 위한 교육내용과 문헌정보학적 커리큘럼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면서 사서의 주제별 전문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공공도서관의 활성화는 출판계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상품가치가 없으면 출판이 되지 않고 있는 출판계의 구조를 공공도서관이 뒤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도서관이 양서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도서관이 구입할 책을 선정하게 될 ‘도서선정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운영이 공정해야 할 것이라 고 출판계는 지적한다. ‘폐쇄적 ·관변’이란 평이 나온 다면 이 위원회는 오히려 ‘해악’을 남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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