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을 선두로 하는 신세대 가수의 감성은 세계적이다” 미메시스 동인 이성호씨(대중음악평론가)는 신세대 대중음악은
컴퓨터 시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신세대음악을 ‘생태학적 기계 사운드를 통한 이미지 예술’이라고 이름짓는다.
생태학적 기계란, 인간이 창조한 ‘제2의 자연’을 구성하는 토대를 말한다. 즉 컴퓨터 정보·통신망으로 전지구를 동시에 회로화하는 ‘가공된’
생태계를 이르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잼’ ‘노이즈’ 신해철 현진영과 같은 신세대 가수들은 자기네 음악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삶에 도전하는
뜨거운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씨의 지적에 따르면, 신세대의 대중음악은 사랑 성 죽음 자유 패션 광고 꿈 질서 죽음 일상 등 광범위한
테마를 다루면서 인간의 총체적 감성에 관심을 갖는다. 그룹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언어폭력을 비판하며 전진을
강조한다. ‘신문에 실려온 얘기들, 헝클어진 우리들을 탓할 수 없어. 난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노이즈’는 신세대의 감성 표현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노래한다. ‘너에게 원한 건 어려운 고백은 아냐. 날 사랑하는 것만큼 표현해주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조금씩만
가져 주는 것’. 감성과 표현 그리고 그 교류의 방식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호씨는 신세대의 사랑이 일회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은 오히려
사랑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성세대 자신들에게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의 분석에 따르면 <하여가>를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은 1집이 가지고 있던 직선적 이미지를 직선과
타원의 결합적 이미지로 변화시켰다. ‘당신을 과감하게 부숴버려요. 실패해요. 쓰러지세요. 당신은 일어날 수가 있으니. 그 다음에야 쓰러져 있던
널 볼 수가 있어’ (<수시아> 중에서)처럼 서태지의 노랫말은 “사랑·죽음·자유·전진”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씨는 서태지의
음악이 열렬한 니체주의자였던 짐 모리슨과 샤먼적 정신의 음악 그룹이었던 ‘잇츠 어 뷰티풀 데이’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신화주의적 광기를 계승하고
있다고 본다.
이씨는 <그날이 오면>보다 조용필을, 김민기보다 신중현을 높이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교류함으로써 ‘역사성’을 획득한
반면 김민기의 <아침 이슬>이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은 현실 세계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 않음으로써 “관념적 이성의 자아실현으로 흘러가
버렸다”는 것이다. 한편, 이씨는 같은 신세대 음악이지만 ‘015B’ ‘색종이’ ‘푸른하늘’ ‘여행스케치’ 등은 개인을 향해 날아 오는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정면 돌파를 포기한 채 향수 미련 집착 자연 도피와 같은 상징적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것은 기성세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