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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에 숨겨진 연예인과 시청자의 묘한 심리전

MBC <안녕, 프란체스카2>는 ‘모든 삶이 시트콤 같지는 않아’(5.23)편에서 스타들의 생존 방식을 풍자했다. 안성댁(박희진 분)이 자기 나이를 속이고 스물세 살 청순가련 컨셉트로 연예 활동을 해 온 것이 폭로되자 ‘눈물의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스타들의 행보와 일치하며 속 시원한 웃음을 주었다. 과거에는 스타가 은밀한 방식으로 대중을 조정하며 자신의 상품성을 획득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시청자들은 스타가 뜨고 지는 과정을 훤히 꿰고 있고, 나아가 자신의 예측을 즐기기까지 한다. 이제 시청자들은 자기 잇속을 숨기고 그럴듯한 미소를 짓는 스타보다 대놓고 욕망을 들이대는 스타에게 환호한다.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는 이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그룹 핑클이 스튜디오에 나와 연애담을 펼치는 이유와 국민동생 문근영이 사춘기의 고민을 털어놓는 속마음을 알고 있다. 안방에서는 그 예정된 각본을 스타가 잘 소화하고 있는지를 심판하면 된다.

스타와 시청자가 공유하며 즐기하는 '방송의 생리'

 
거꾸로 스타들도 자기들의 룰을 감추지 않는다. 영화 배우 김수로와 성지루는 지난 봄 <야심만만> 출연에서 가슴팍에 각각 ‘간’ ‘큰’이라고 쓴 이름표를 달고 나왔다. 영화 <간 큰 가족>을 홍보하려고 나왔음을 대놓고 알린 장면. 개그우먼 이경실은 11월21일 방송분에서 진행자가 자기가 현재 만나는 이성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자 “그런 얘기는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하는 거죠”라고 응수하며 센스 있게 위기를 모면했다.

그뿐인가. 강호동은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방송에서 예능국장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혁재는 2004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KBS 출신이 아닌데 받아준 KBS측에 감사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더니, <야심만만>에서는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PD에게 충성(?)하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마도 가수 신정환도 몇년 후 토크쇼에 나와 현재의 도박 사건을 해명한다면 시청자는 그를 용서할 명분으로 삼게 될 것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KBS <상상 플러스>에서 탁재훈은 “아우, 머리 아파”가 자신의 유행어임을 알리느라 바쁘고, MBC <놀러와>에서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개그’를 공개적으로 미는 중이다. 스타는 자기 목표를 향해 돌아갈 필요가 없어서 좋고, 시청자는 그들과 한편이 된다는 착각에 빠져 좋으니 아직은 패자가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뜨기 위한 전략인지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과연 이 고난도 심리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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