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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에 숨겨진 연예인과 시청자의 묘한 심리전
스타와 시청자가 공유하며 즐기하는 '방송의 생리'
거꾸로 스타들도 자기들의 룰을 감추지 않는다. 영화 배우 김수로와 성지루는 지난 봄 <야심만만> 출연에서 가슴팍에 각각 ‘간’ ‘큰’이라고 쓴 이름표를 달고 나왔다. 영화 <간 큰 가족>을 홍보하려고 나왔음을 대놓고 알린 장면. 개그우먼 이경실은 11월21일 방송분에서 진행자가 자기가 현재 만나는 이성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자 “그런 얘기는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하는 거죠”라고 응수하며 센스 있게 위기를 모면했다.
그뿐인가. 강호동은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방송에서 예능국장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혁재는 2004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KBS 출신이 아닌데 받아준 KBS측에 감사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더니, <야심만만>에서는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은 큰 사고를 치지 않고 PD에게 충성(?)하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마도 가수 신정환도 몇년 후 토크쇼에 나와 현재의 도박 사건을 해명한다면 시청자는 그를 용서할 명분으로 삼게 될 것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KBS <상상 플러스>에서 탁재훈은 “아우, 머리 아파”가 자신의 유행어임을 알리느라 바쁘고, MBC <놀러와>에서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개그’를 공개적으로 미는 중이다. 스타는 자기 목표를 향해 돌아갈 필요가 없어서 좋고, 시청자는 그들과 한편이 된다는 착각에 빠져 좋으니 아직은 패자가 없는 게임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뜨기 위한 전략인지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과연 이 고난도 심리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