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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이공>·<십계> 내년에 막 올려…영미·프랑스 문화권 대표작

 
전세계에 걸쳐 공연 예술의 여왕 자리를 확고히 누리고 있는 뮤지컬, 뮤지컬의 역사는 대략 1백5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뮤지컬의 발원지는 파리였다. 오페라를 대중적인 연예물로 변형시킨 오펜바흐의 오페레타가 현대적인 뮤지컬의 기원이다. 이후 오페레타는 영국 해협을 건너 길버트와 설리번 콤비를 통해 코믹 오페라로 거듭났다. 그리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발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찬란한 공연 문화를 꽃피웠던 뮤지컬은 이후 발전 경로를 거슬러올라가며 새로운 진화를 이룩했다. 브로드웨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런던 웨스트엔드에 주도권을 내주었다. 세기의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는 <캣츠><오페라의 유령><레 미제라블><미스 사이공>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웨스트엔드를 세계 공연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 새로운 기운은 다시 뮤지컬의 고향 격인 프랑스로 향하게 되었다. 1997년 리샤르 코시앙트의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제라드 프레스귀르빅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파스칼 오비스포의 <십계>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파리는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 이어 뮤지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세 작품은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대형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십계> 한국에서 격돌

내년 한국에서 막을 올리는 <미스 사이공>(2006년 6월28일~8월20일 성남아트센터, 8월31일~10월1일 세종문화회관)과 <십계>(2006년 4월11일~5월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대결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등 영미 문화권을 대표하는 뮤지컬과 프랑스 문화권을 대표하는 뮤지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공연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거대한 무대장치가 필요한 작품이어서 그동안 국내 공연은 엄두를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 공연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다행히 한국 공연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미스 사이공>을 누가 들여올지는 공연계 최대의 관심사였다. 4대 뮤지컬 중에서 유일하게 수입되지 않은 공연이고, 가장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뮤지컬 관객들이 이 공연을 열망하는 만큼, 공연기획자들은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를 열망해 왔다. 최종 승자는 올해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공연을 성사시킨 CMI였다. CMI는 4대 뮤지컬 중에서 <레 미제라블>을 들여온 전력이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모체로 하는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미군 사병과 베트남 여인의 사랑을 그렸다. 로열 드루어리 래인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6년 동안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동안 전세계 19개국에서 공연되어 3천백만 관객을 모았고 9억5천만 파운드(한화 약 1조7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공연 관계자들은 <미스 사이공>이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한 뮤지컬 열풍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스 사이공>은 투어 공연이 아닌 번안 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제작사 CMI의 정명근 대표는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이 한국 뮤지컬 배우와 매우 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뮤지컬과 차별화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며 프랑스 뮤지컬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십계>는 ‘체육관 뮤지컬’이라고 불릴 만큼 규모가 큰 공연이다. 컨테이너 42대 분량의 대형 무대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체육관 밖에 없어서 그동안 이 작품은 파리의 제1 체육관과 도쿄의 요요기 체육관 등 주로 체육관에서 공연되었다. 한국에서는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과만을 볼 때 <십계>는 <미스 사이공>에 비하면 풋내기 공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현재까지 2백만 관객을 동원했고 CD·DVD·비디오를 4백20만개나 판매했다. OST는 1백60만장이 팔려나갔다. 올해 초 일본 투어 공연에서는 24회 공연만으로 13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뮤지컬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프랑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대형 뮤지컬 수입 경쟁에서 밀린 중소 기획사들이 주로 들여오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신예 기획사 아트인모션이 들여왔던 것처럼, <십계> 또한 이룸이엔티·솔담엔터테인먼트·극단 광장 등 중소 기획사들이 연합군을 형성해 투어 공연을 성사시켰다. 공연 관계자들은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한국 관객들이 프랑스 뮤지컬의 맛을 경험했기 때문에 <십계> 또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 공연 제작사도 한국공연에 큰 관심

<미스 사이공>과 <십계>의 승부에는 본사 제작자들도 큰 관심거리다. <미스 사이공>의 경우, 2004년에 대규모 수정을 거친 이후 첫 투어 공연이어서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카메론 매킨토시는 “1989년 런던에서 초연할 때부터 한국 공연 가능성을 생각했다. 한국 근대사와 공통점이 많아서 한국 관객이 특별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십계> 역시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국 공연을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공연의 성공 여부가 이후 전세계 투어 공연의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한국 공연에는 초연 스태프와 배우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참가한다. 공연을 주관하고 있는 솔담엔터테인먼트 장재철 대표는 “초연 스태프와 배우들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연에 모두 결합한 것은 그만큼 이들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미스 사이공>과 <십계>의 본경기에 앞서, 올 겨울에 영미 문화권을 대표하는 <프로듀서스>(2006년 1월13일~2월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와 프랑스 문화권을 대표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2006년 1월18일~2월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1회전 경기가 있을 예정이다. 세계 뮤지컬 시장을 놓고 벌이는 두 문화권의 용쟁호투를 통해서 내년도 국내 공연 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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