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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이 침략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이 피해국이나 다른 나라 역사 교과서의 정확성을 함께 문제 삼거나, 교과서 문제가 민간 교과서 회사의 고유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부분적으로 그럴듯해 보일지라도 일본이 자발적으로 침략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반발을 사는 것이다. 이웃 나라와 아시아의 반발을 무시하는 것은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일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 독도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귀속 영토였고,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되는 대한민국 영토이다. 일본이 1905년 러시아와의 합의를 역사적 근거로 주장한다면, 차라리 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독도 영유권 분쟁 상태를 국제적으로 확인시키는 목적을 달성할지는 모르지만, 일본은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그것은 결국 경제적으로 강대해진 일본이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영토적 야심을 강조함으로써 이웃 나라의 의심을 자초하고 국제적 리더로서의 소프트 파워를 스스로 파괴하는 일이다. 3. 우선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이 과거사 반성에서 독일보다 더 편협하고 이중적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은 국내 정치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이웃 나라와 아시아의 상처를 자극하는 언행을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서 그런 언행을 적극 방지하고 온 인류를 납득시키고 감동시키는 반성의 통과 절차를 진실한 자세로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은 일본의 반성을 단호히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와 민간 여러 수준에서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주도해야 한다. 4.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은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서 인류에 물질적 기여를 한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 그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진실하게 헌신한다는 도덕적·정신적 요건의 문제다. 유엔은 평화, 약소 민족과 인권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결사체다. 일본은 유엔에서의 단순한 투표 수나 초강대국의 지원에 의지하여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노력에 앞서, 침략 전쟁 피해 당사자인 이웃 나라의 신뢰와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5. 한국과 일본이 생각이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략의 상처는 피해자의 처지에서는 너무나 아프고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은 공동의 이익과 상호 이해를 이야기하기 앞서 이웃의 아픈 상처를 인식하고 존중해야 한다. 피해자의 아픔에 대한 인식이 전제된다면 한국과 일본은 공동의 이익, 공동의 관심사를 많이 공유할 수 있다. 서로의 국가 이익과 각자의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조정해가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 이를 위해 무엇보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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