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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요즘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길가에 서 있는 빈 택시를 쉽게 볼 수 있다. 6월1일 택시비 인상 조처 이후 생긴 새로운 풍속도이다. 택시 운전 2년차라는 기사 강 아무개씨는 말한다. “택시비 오른 뒤 손님 만나기가 어렵다. 손님 찾는다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느니 한 자리에서 대기하며 연료비라도 아끼는 편이 낫다.” 

 
불만은 택시 기사에게서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17% 가량 훌쩍 오른 택시를 시민들은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 여의도와 목동 사이를 출퇴근하는 회사원 서 아무개씨(40)는 요즘 회식 자리에 갈 때 자가용을 꼭 몰고 간다. 택시비 인상 이후 심야 택시를 이용하느니 대리 운전을 이용하는 편이 오히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리 운전 업체들은 택시비가 오른 뒤 대리 운전을 이용하는 고객이 10~20% 늘었다고 전한다.
       
택시비가 오른 직후 한두 달 가량은 고객이 급감하는 현상이 늘 나타났다고 서울시는 설명하지만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요금이 오르기 전부터 빈 택시가 넘쳐났다. 불황이 계속되는 판에 택시비만 올랐으니 앞으로도 나아질 가망은 없다”라는 것이다.

이에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은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맹목적인 택시 요금 인상을 규탄하기도 했다(사진). 택시 회사가 부담하는 LPG 비용을 서울시가 과다 계상해 요금 인상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다. 일부 택시 회사 소속 기사들은 개인 택시 때문에 택시 요금이 인상되었다는 음모론을 펴기도 한다. 장기 불황으로 개인 택시 인기가 시들해지자 개인 택시 기사들이 속칭 ‘간판 값’을 올리기 위해 택시비 인상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합리적 논거로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서울시정도 ‘군청 수준’ 논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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