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새 실태 조사 후 ‘균열’ 지적…행자부는 “이상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이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 문서 보존 관리 실태 감사에서
국새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사저널>은 감사원과 행자부 등 여러 관계자들을 취재해 이같은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그러나 행자부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적으로 감사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반원들은 지난해 12월 행자부 의정국에 가 국새를 조사한 뒤 금이 갔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 1월 행자부에 이와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1999년 당시 국새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으로부터 아무 문제 없이 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확인서를 받아
감사원에 제출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이 사안을 보는 시각은 이처럼 정반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5월 하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 국가와 국권의 상징인 국새에 금이 갔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손잡이와 바닥 부분을 따로 제작해 붙이는
과정에서 몸통 부분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1999년 지금의 국새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일부 전문가가 이런 주장을 펴왔고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이런 내용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감사원 수뇌부가 최종적으로 국새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국새는 김대중 정부가 정부 수립 50주년과 수평적 정권 교체를 기념해 만들었는데 새로 만들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가 생길 수 있고,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감사원 관계자들도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검증 후 사실대로
공개해야”
그러나 감사원이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현장 감사반원들이
국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데다 이와 관련한 그 동안의 논란을 잠재울 만큼 철저히 검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의 최종
발표가 어떤 식으로 나든 쉽게 논란이 잠재워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뜻있는 이들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국새에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공개한 뒤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껏 계속 문제 제기가 되었지만 정밀한 기기 등을 사용해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상징인 국새가 부실 논란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1949년 5월부터 1962년 12월까지 사용한 ‘최초 국새’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일 (<시사저널> 제806호 참조)도 주목된다. 감사원이 이 사실을 발표하는 순간 정부
기관의 신뢰성과 문서 보존·관리 행태에 대해 일대 비판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