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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소기업5]국내 브랜드로는 첫 라이선스 수출…품질·서비스 고급화로 소비자 만족 우선 자신감 바탕으로 아동복 시장에도 진출

(주)EfE는 어떤 기업인가

■1990년 (주)해피랜드 설립·2000년 1월 (주)EfE로 사명 변경
■유아복 브랜드 해피랜드, 프리미에 쥬르, 압소바, 파코라반베이비, a-creation asb와 유아용 화장품 라꾸베, 바이아토 생산·유통
■종업원 3백명(디자이너 80명)
■지난해 매출액 1천2백억원. 올해 목표 1천5백억원


‘누가 유아복 제조업을 사양 산업이라 했나?’ 신생아 숫자가 크게 줄면서 유아용품 시장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국내 대표 유아복 업체 ㈜EfE는 브랜드 고급화와 품질 우선 전략을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EfE는 국내 유아복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자사 브랜드를 로열티를 받고 외국에 수출하는가 하면, 해외 브랜드를 라이선스 형태로 국내에서 생산해 외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 유아복 브랜드 ‘해피랜드’로 더 알려진 이 업체는 프리미에 쥬르·압소바·파코라반베이비·a-creation asb라는 유아복 브랜드와 라꾸베·바이아토라는 유아 화장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천2백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천5백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fE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3월28일 자사 고급 유아복 브랜드 ‘프리미에쥬르’를 중국 베이징잉좡잉퉁용핑요우시엔콩쓰(北京英庄?童用品有限公司)에 수출했다. 조선족 이영희씨가 대표이사인 이 회사는 2007년 11월까지  중국에서 ‘프리미에 쥬르’라는 브랜드를 붙인 제품을 생산한다. ㈜EfE는 중국 총판매 금액의 5%를 로열티로 받는다. 베이징잉좡잉퉁용핑은 2002년부터 프리미에 쥬르 제품을 한국에서 직수입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최고급 백화점 두 곳과 전문점 한 곳에서 판매해 왔다. 중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에 쥬르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줄곧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했다. 임용빈 ㈜EfE 사장은 “(이번 계약 체결로) 프리미에쥬르가 중국 4백개 매장에 깔리면서 연 매출 2천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로열티 수입으로 올해 30만 달러, 내년 50만 달러를 벌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에 쥬르는 국내 유아복 업체가 외국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첫 브랜드로 기록되며, 국내 토종 브랜드로 수출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업체는 제품개발력·디자인·봉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나 세계 시장을 상대로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는 것에 소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기보다는 프랑스·이탈리아·일본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유통하는 데 안주했다. 그러다 보니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졌다.

㈜EfE도 프랑스 자니에르 그룹과 고급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1990년 대중 브랜드 ‘해피랜드’를 내세워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으나 고급 브랜드가 없어 백화점 영업에 어려움을 겪자 1997년10월 압소바 브랜드를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EfE는 압소바를 국내에서 생산해 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수출 기대 효과는 총 5백만 달러. 자니에르그룹은 지난 3월말 타이완 선우드에게 중국에서 압소바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라이선스를 주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중국에서 유통시킬 모든 제품을 ㈜EfE로부터 수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임용빈 사장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프랑스 자니에르그룹이 ㈜EfE의 제품 개발력과 품질을 인정한 것인데, 유아복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라고 말했다.

㈜EfE는 1990년 창업해 10년 만에 유아복 업계 선두에 오르며 국내 유아복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용빈 사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유아용품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소비자는 아이다. 그래서 품질을 최우선시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환경 호르몬이 없는 우유병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키토산을 함유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1998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친환경 재질인 PES로 만든 우유병을 출시했다. 또 지난해 말 아토피성 피부를 겨냥한 유아 화장품을 만들기도 했다.

자신감 바탕으로 아동복 시장에도 진출

본사 직원은 3백명 가량. 본사에 디자이너·마케팅·영업 인력만 두고 봉제나 가공 업무는 철저하게 아웃소싱하고 있다. 조직 크기와 고정비를 줄여 시장 변화에 가변적으로 대응한다.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용빈 사장은 “무리한 팽창 전략보다 철저하게 수익성을 검증하면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지난 13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EfE가 성공한 비결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품질 향상에 필요한 조처 우선이었고 사후서비스(A/S)도 꼼꼼하게 챙겼다.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PL법)이 시행되기 전에 PL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검사 기준을 강화했고, PL보험에 가입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했다. 2001년에는 자발적으로 캐리어 3천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임용빈 사장은 “제품에 자그마한 흠이 발견되면 손해를 크게 보더라도 폐기 처분토록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EfE는 저출산으로 인해 유아용품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용빈 사장은 “유아복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수평적 제품 전략을 펼쳐 왔으나 이제 아동복 시장까지 넘보면서 시장을 수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품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아동복 시장에 진출했다. ㈜EfE는 계열사 ㈜EfL을 설립하고 미국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아동복 리바이스키즈를 출시했다.

㈜EfE는 또 내수 시장에 치중하던 영업 전략에서 탈피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 매출액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이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상대로 수출 물량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까지 넘본다. 임용빈 사장은 “수출을 늘리자고 덤핑이나 주문자상표부착 생산 방식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 힘들더라도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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