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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국내 최대 규모 사모투자 전문회사(PEF)인 ‘보고(Bogo)’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변 전 원장은 오는 6월까지 투자금액 1조원이 넘는 토종 펀드를 만들어 세계 투기자본인 칼라일이나 론스타과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펀드 이름 ‘보고’는 통일신라시대 청해진을 근거로 당나라와 왜를 잇는 해상무역을 펼쳐 해상왕이라고 일컫는 장보고에서 따왔다. 장보고가 한반도 서남해안에서 활개치던 해적을 소탕한 것과 같이 사모펀드 보고는 외환위기 시절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뒤 되팔아 수천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기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대항하겠다는 뜻이다. 변 전 원장은 ”국내 주요 기업을 외국인에게 빼앗기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변 전 원장은 외국계 펀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투자운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내에서 펀드 운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을 규합했다. 변 전 원장 권유로 이재우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와 신재하 모건스탠리 전무 겸 투자은행부문 대표가 보고 펀드에 합류했다. 변 전 원장은 이들이 외국계 투자기관에서 탄탄한 실력과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재원만 마련되면 당장 세계적인 사모펀드와 겨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변 전 원장은 외국계 펀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확신한다. 국내 기업 정보력이 외국계보다 뛰어난데다 수천억 원을 벌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는 것이 경쟁 우위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변 전 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정경제원에서 줄곧 일하다가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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