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 시대 맞아 멋에 살고 멋에 죽는 ‘공 작새 혁명’ 진행중
메트로섹슈얼에서 테크노섹슈얼, 그리고 포모섹슈얼까지. 바야흐로 ‘섹슈얼’ 시대다. 주로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을 지칭하던 섹슈얼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메트로섹슈얼 확산과 올해 새롭게 조명되는 테크노섹슈얼이 등장함으로써 남성들의 패션 감각을 자극하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패셔너블한 남성을 선호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반발하는 성향의 남성들을 지칭하는 레트로섹슈얼이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과거 동성애자들의 여성적인 패션 취향에 비견되는 메트로섹슈얼 경향은 보편적인 남자들에게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베컴과 안정환, 비와 조인성으로 연결되는 패션 아이콘이 등장하면서 메트로섹슈얼
경향이 확장되었다. 이제 남자들이 성적인 정체성을 의심받지 않으면서 눈썹을 손질하고 마스크 팩으로 피부를 관리하고, 꽃무늬 셔츠를 입고 핑크색
타이를 맬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18세기 이전 서양 패션 리더는
남성
올해 새롭게 부각되는 테크노섹슈얼은 남자들에게 더욱 팔방미남이 되기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통신 관련 광고에 등장하는 남자 모델들의 모습은 모두 이 테크노섹슈얼의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에릭이
그렇고, 정우성이 그렇고, 조인성과 권상우가 그렇다. 메트로섹슈얼이 멋지게 치장하고 한국 시리즈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테크노섹슈얼은 멋진 옷차림은 물론이거니와 차량용 최신 PDA를 통해 강변에서 위성으로 그 경기의 생중계를 보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자들이 치장과 패션에 관심을 갖고 옷차림이 화려해지는 현상을 일컬어 ‘공작새
혁명(peacock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구미 사회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1950년대에 비해
경제·문화적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남성들의 옷차림이 전면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긴 머리와 화려한 프린트 셔츠, 네루재킷(Nehru
jacket) 등이 크게 유행했다는데, 남성지 칼럼니스트였던 조지 프레지어가 이런 현상을 ‘공작새 혁명’이라고 지칭하면서 남성들의 멋내기 혁명이
정의되었다. 19세기 말 유럽 남성에게서도 멋내기 혁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 역시 화려하고 장식적인 옷차림을 선호하고 몸치장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전통적으로 여자는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 것이 지배적인 문화 규범이었다. 튼튼하고 활동적인 소재와 절제된 디테일, 단순한 색상이 남자의 의복을 설명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 거슬러올라가 보자. 원시 부족 시대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더 장식적으로 치장했고, 18세기 이전 서양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차림을 한
부류는 기사(騎士)나 성직자, 군주였다. 그들의 옷에 달린 리본이나 레이스를 아무도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차차 ‘칙칙한 남성복과 화려한 여성복’의 이분법에 익숙해졌는데, 남자들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자기가 아닌 부인의 화려한 옷차림을 통해
과시하게 되었다.
이제 또 한번의
공작새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패셔너블한 남성이 늘어나면서 개성 있고 세련된 캐주얼웨어를 선호하며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추구하고,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트렌디하지 않은 스타일을 찾는 남성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복에서나 보이던 핫핑크나 오렌지색이 남성복에
사용되고, 실크나 속이 비치는 시폰 소재, 플라워 패턴이 애용되기 시작했다. 정장에서도 소매가 슬림해지는 한편 허리선은 들어가게, 엉덩이는 꼭 맞게
재단해 몸의 Y라인을 섹시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옷이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를 비롯하여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들도 색색의 캔디 컬러로 치장하고 봄을 맞고 있다.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도시(Metro)에 살면서
여성적(Sexual) 감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남성을 일컫는 트렌드 언어. 1994년 영국 문화비평가 마크 심프슨이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남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언급하며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함 레트로섹슈얼(retrosexual):외모나 라이프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쓰지 않으며 미적 센스가 둔한 남자들을 지칭함. 메트로섹슈얼의 반대 테크노섹슈얼(technosexual):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애정을 가진 남자. 메트로섹슈얼 성향에 최신 IT 기기나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투자하는 성향이 더해진 사람들. 포모섹슈얼(pomosexual):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감추는 사람들.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라는 성적 취향을 기준으로 개개인을 정의하는 성향에 반대하는 성향. ‘pomo’는 포스트모던의 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