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속 / 중국]
“차를 타면 자고, 내려서 사진 찍고, 집에 돌아오면 다 잊어버린다.” 한 중국인이 예전 중국인들의 여행 습관을 한마디로
꼬집은 말이다. 여행에 별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제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사회가 더 개방되면서 중국인들의 여행 풍속이 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처럼 사나흘짜리 휴가는 없다. 워낙 땅덩이가 넓어 한번 다른 지방에 갈라치면 이동
시간만 하루 이틀은 족히 걸리니, 며칠간 휴가는 있으나마나다. 중국에는 연중 세 번 큰 휴가가 있는데, 춘지에(설), 5·1절(노동절),
궈칭지에(국경절)로 1주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진다. 예전에 중국인은 이 기간에 고향에 내려가기 바빴다. 경제 여유도 없었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여행은 중국인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러나 최근 큰 휴가 기간은 중국인에게 여행을
즐기기 가장 좋은 기간, 즉 ‘황금주(黃金周)’로 통한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이 기간에 젊은이들이 여행이나
다닌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여행이 보편화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
방식 또한 개성 있고 다양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9·11 사건과 사스를 겪으면서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건강과
휴식을 위주로 한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여행 상품 경향도 대도시 여행보다는 좋은 자연을 찾는 친(親)자연적인 여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좀더 청결한 교통 수단과 숙박 시설·식당을 선호하고 있다. 한마디로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여행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최근 매년 30%씩 중국인 여행객이 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04년 중국인 관광객 수가 한해 전보다 14% 증가한 40만 명 정도였는데, 올해 60만 명, 내년 10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여행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1997년 해외 여행 공식 개방 이래 지난해가 해외 여행 증가세가 가장 급격했던 해로, 여행자 수가 2천9백만명 가까이 달했다. 한 해 전에 비해 42.68% 증가한 수치다.
중국처럼 국내 여행만으로 다채로운 자연·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56개 소수 민족이, 지중해 기후 지역부터 사막과 고원 지역까지 두루 퍼져 살기 때문이다. 좁아터진 나라에서 사는 한국인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