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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불가피" 전문가 진단 ... 이전 불가 논리 설득력지녀

 
서울 인근 마지막 개발 후보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서울공항은 10년째 이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잊어버릴만 하면 정부·여당 관계자가 불씨를 댕겼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부동산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건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서울공항에 잇닿은 판교 신도시가 부동산 청약 열풍을 일으키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서울공항이 또 시끄럽다. 지난 3월11일 김한길 열린우리당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이 당정협의를 거친 후 “일부 부처가 반대하고 있으나 수도권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서울공항 이전을) 계속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전 논란의 불씨를 지핀 곳은 서울 여의도였지만 불이 난 곳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 서울공항 주변이었다. 신촌동·오야동·고등동·방죽동 일대 부동산 소개 업체들에는 부동산을 매입하겠다는 방문객이 잇달아 찾아왔고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하루 평균 5건에 불과했던 문의 전화가 부동산 소개업체마다 25건이 넘게 걸려오고 있다. 공항이 이전하면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23번 국도 주변 주택이나 대지 값은 최고 평당 1천3백만원까지 올랐으나 매물은 거의 없다. 오야동 공항부동산의 이 아무개씨는 “갖고 있으면 오를 텐데 팔겠다는 이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갚라고 말했다.

서울공항 부지(1백20만평)는 주거단지로 개발하기에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공항은 북쪽으로 서울 강남이 있고 남쪽으로는 분당·판교과 연결된다. 부동산 개발 열풍을 일으킨 판교보다 서울에 가깝고 서울 강남·송파·수서까지 10~20분이면 다다를 수 있어 개발만 되면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떠오른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체육부대를 합치면 총 5백만 평까지 개발이 가능해 규모 면에서 판교(2백82만 평)를 넘어선다. 박상언 내집마련정보사 재테크팀장은 “개발만 된다면 지금까지 건설된 어느 신도시보다 입지와 교통에서 탁월한 주거 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공항 이전에 따라 정부·여당이 얻는 이점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수도가 예정대로 이전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시장 위축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한 신도시가 강남 주변에 건설되면 강남으로 몰리던 부동산 수요를 끌어들여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수도가 이전함에 따라 악화한 수도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묘안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서울공항 이전을 현실성 있는 대책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정부 부처 내에 이견이 커 아직 난제가 많은 것을 사실이지만, 강남 집값이 다시 폭등하면 개발 여론에 밀려 서울공항이 신도시로 개발될 가능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서울공항 부지를 신도시로 개발하겠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2000년 인천공항 개항을 1년 앞두고 김포공항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한다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가 강하게 반발해 무산되었다. 이어 2003년 10월29일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되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시 정책위원장(현 원내대표)이 서울공항을 택지로 개발하자고 고 건 당시 국무총리에게 제안했다. 당시 정의장은 서울공항을 택지로 개발하면 1만5천 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서울공항을 강남 대체 주거지로 개발해 주택 공급을 늘리자고 건의했다.

 
경기도 산하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말 완성한 보고서 <대도시권 성장관리 방안>에는 서울공항을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기본 방향이 담겨 있다. 성남시는 이에 맞추어 ‘2020년 성남 도시기본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서울공항 부지를 강남을 대체할 저밀도 주거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서울공항 인근 여수동 개발제한구역(7만1천 평)에 행정타운을 조성해 시청사와 시의회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입주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서구 경기도 신도시개발단장은 서울공항 이전은 정부 중앙 부처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제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서울공항이 이전된다고 가정하고 그에 맞춰 장기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라고 말했다. 

서울공항 이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은 공군이다. 서울공항은 공군이 보유한 비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휴전선과도 가장 가까워 전시나 평시 활용도가 매우 높다. 평상시에는 대통령이나 외국 국빈 전용기가 이착륙하고, 재난시 구호 물자나 구조 인력을 투하하는 기지로 활용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투기 이착륙 기지로 용도가 바뀐다. 북쪽에서 날아오는 적 전투기나 폭격기를 조기에 차단해 서울 하늘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투비행 기지가 필요하다. 공군은 유사시 서울공항에 중부권과 중부 이남에 배치된 전투기들을 전진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지상 화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항공지원 작전을 수행하거나 공중통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주요 국가의 수도는 민간 공항과 함께 군용 공항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앤드루 공군기지, 일본 도쿄의 이루마 기지, 영국 런던의 노스홀트 기지, 프랑스 파리의 브루제 기지가 그것이다. 서울이 북한과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치 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 군사기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일부 부처나 성남시는 서울공항이 지닌 요인 전용기 이착륙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수도권 항공방위 전략 기능은 수원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포공항이 전체 기능의 70%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신예 전투기 성능을 감안하면 수원공항에서 발진해도 수도권 방위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군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반박한다. 국빈 영접 공항으로 김포공항을 사용하면 대통령 전용기를 비롯해 국빈 전용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1~2시간씩 민간 비행기의 이착륙을 통제해야 하는데 일반 고객이 아무 불평하지 않고 기다려 주겠느냐는 것이다. 군사작전 기지의 대안으로 언급한 수원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공군은 최근 수원기지에 있던 전투비행대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했다. 수원시도 수원기지가 수원의 발전을 막는다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군 공보관 김진규 대령은 “서울공항을 이전하려면 수도권 인근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100만 평이 넘는 평지를 찾기 힘들고 이전 비용도 어마어마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또 서울공항 안에 있는 미군기지(30만 평)도 동시에 옮겨야 하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서울공항은 시간이 갈수록 군사기지로서 기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분당신도시가 이미 개발되었고, 2008년에는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된다. 서울공항이 조성된 1970년에는 주변이 논·밭·임야였으나 이제 서울공항은 대규모 주거 단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일어나는 소음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군은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은 프로펠러 추진 항공기를 위주로 운영하고 있고, 제트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는 제한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성남 시민들은 서울공항에 잇닿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일대를 대규모 주거 단지로 재개발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그러나 서울공항이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성남 일대가 고도 제한에 걸려 있다. 성남 지역에서 고층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축할 때 일정 높이가 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 승인이 나지 않는다. 성남시 의회를 중심으로 성남 시민단체들은 서울공항을 성남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어 이전 여론이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성남시장 선거 있을 때마다 후보자들이 서울공항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상언 내집마련정보 재테크팀장은 “개발중간이론을 적용하면 서울공항은 개발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과 수원 사이에 1989년 분당신도시가 개발되었고, 1990년대 중반부터 수원과 분당 중간 지점인 용인에 주거 단지가 들어섰다. 이번에는 판교와 강남·송파 중간 지점인 서울공항이 신도시로 개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들이 개발예정지로 꼽히는 둔전동·고등동·시흥동·신촌동·오야동 인근 5km 이내 지역 땅을 일찌감치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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