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호
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은 또 어김없이 ‘자유’를 외쳤다. 언젠가부터 대통령의 연설을 보도할 때 자주 언급된 단어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일이 언론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경축사에서 자유를 말한 횟수는 무려 50회에 달했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도 수정을 거듭해 완성했다는 광복절 경축사에는 그렇게 다시 ‘자유’가 넘쳤다. 잘 알고 있다시피 윤 대통령의 ‘자유’ 사랑은 유별나다. 각종 행사의 연설문에 단골 메뉴처럼 올라 눈길을 끈다. 대통령이 국가 운영이나 국민 생활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놓고 재야의 강호들이 격돌한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유죄 판결이 8월29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게 신호탄이다. 조 교육감은 앞서 1·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던 터라 서울 교육계 수장을 둘러싼 하마평은 이미 무성한 상태였다.차기 교육감을 뽑는 보궐선거는 10월16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띨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수장이 공직인 상태라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 게 주요 요인이다. 또 교육감 후보는 후보 등록일로부터 1년 전까지 당적을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치권 밖에서 새로운 얼굴이 대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8월23일 일본 효고현 한신고시엔구장에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를 제창한 것이다. 한국계 민족학교 팀이 처음으로 일본 고교야구 정상에 오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힘껏 부른 한국어 교가는 NHK 전파를 타고 일본 전역에 생중계로 흘러나갔다. 다음은 가사 전문이다.“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
“아프면 곧바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응급실이 마비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서울에선 열사병만 걸려도 죽는다. 실제로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남성은 응급실 14곳으로부터 모두 거절당해 숨졌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는 더 나올 것이다. 의사는 없는데 코로나19는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의료 현장을 지켰던 간호사마저 파업을 말할 만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평상시 대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배 늘어나는 추석 연휴도 곧 다가온다. 이번 추석은 ‘최악의 명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정 협의 과정에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했다. 한 대표의 제안은 용산 대통령실에 의해 곧바로 거부됐다. 거부 입장이 알려진 이후 한 대표는 재차 페이스북에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과의 의견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언론은 다시 ‘윤한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8월28일
여권의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총선 참패 이후 급락한 채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로 얻어낸 컨벤션 효과를 그대로 반납해 버렸다. 특히 많은 기대감을 모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승한 이후 좀처럼 ‘상승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즉 윤 대통령, 한 대표, 국민의힘까지 집권여당의 핵심 3축이 모두 위기에 빠진 ‘트리플 쇼크(Triple Shock)’ 상태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다. 반면 한 대표는 2027년 대통령선거에 나가기로
8월25일 새벽(현지시간), 100대의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드론 발사대를 비롯한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날 오전 7시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 공격을 ‘예방적 선제타격’이라고 정의하고 이틀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는 “320발의 로켓으로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 인근의 이스라엘군 기지와 주둔지를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새벽 5시 약 3000발의 미사일·로켓과 드론으
경제매체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환경부를 출입하면서 환경 문제에 천착하게 됐다는 김경은씨. 그는 환경 관련 여러 전문가 및 의사결정자와 인터뷰하며 연재물인 ‘플라스틱 넷제로’를 50편 이상 써나갔다. 그러는 동안 환경 문제를 단순한 사회 이슈가 아닌 경제 메커니즘을 적용해 돌파구를 찾는 시도까지 하게 됐다.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이 출판된 과정이다.“우리나라 국민의 분리배출 의무는 독일에 비해 훨씬 강하고, 더 철저하다. 그런데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으며, 재활용은 덜 되고 있다. 즉 우리 시스템이
1만5000원의 영화 관람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배우 최민식이 한국 영화 산업 침체 원인으로 영화 관람료 인상을 지목하고,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작심 비판’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대한 동조와 반박이 이어지면서, 인상된 영화 관람료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는 모양새다.영화 관람료는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며 세 차례 인상됐다. 영화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익성이 악화돼 관람료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인상된 관람료가 관객의 부담을 늘리고 영화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휩싸여 있
“인공지능(AI)은 핵폭탄보다 더 위험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같이 경고했다. 허술한 규제 속 대중에게 쥐어진 AI는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이미 AI에 사진 한 장을 넣으면 전 세계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의 옷을 벗기고, 단 1분 만에 성착취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간이 AI로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는 머스크의 말이 현실화한 모습이다.“졸업사진 한 장이면 어떤 합성물도 가능” ‘딥페이크(Deepfake) 성착취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
반부패 총괄 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240만 공직자와 정부, 공공기관의 표상이자 국민 권익을 위한 첨병을 약속하며 출범한 권익위는 지금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공직자 배우자를 통한 부정청탁의 지평을 열어줬다’는 따가운 비판 속에 고위직 사망과 부적절한 홍보물 논란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전문가들은 20년 넘는 경력을 지닌 부패 방지 전문가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권익위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해 달라는 절규가 스며 있다고 본다. 현재와 같은 권력 밀착형 수뇌부 인사로는
8월26일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무작정 도쿄역 출발 교토행 신칸센을 탔다. 사흘 전 23일, 100년 역사를 지닌 일명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약칭)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쥔 교토국제고등학교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교토국제고는 1947년 중학교로 시작해 1965년 교토한국중고등학교를 거쳐 2004년 일본 정부로부터 교토국제고등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재정난과 학생 수 감소로 한국계 일본인뿐 아니라 일본인 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국계이니만큼 본국(한국) 정부로터도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어와 한국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이 내부 시설을 오갈 때 사용하는 열쇠를 무단 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 직원들은 관련 지침에 따라 열쇠를 사용한 이후 반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과정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중요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무단 복사된 열쇠가 직원들의 개인 열쇠처럼 사용되는 등 보안지침 위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직원 사무실을 청소하는 ‘보안청소 수용자’들이 오가는 직원 휴게실에도 열쇠가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최소 직원 4명이 열쇠 무단 복사한 정황시사저널 취재 결과,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한국은행은 8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7개월간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리 동결 이유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꼽았다. 당연한 설명이지만 아쉽다는 반응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낮추면서, 성장 둔화는 내수 부진 때문이고, 내수 부진의 주원인은 고금리 장기화라고 했다.우리 경제의 내수 부진은 확실하다. 특히 민간소비가 나쁘다. 2021년과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3.7%와 4.3%였는데 2023년에는 1.7%로 떨어
해마다 광복절 전후 ‘친일’ 논란으로 진영 대립이 있었지만 올해는 갈등의 정도가 무척 셌다. 8월 더불어민주당이 브리핑과 논평으로 ‘친일’을 언급한 횟수는 무려 33건이다. 광복절 경축식은 정부와 광복회 두 쪽으로 갈라져 따로 치러졌다. 반쪽이 된 경축식은 광복 후 79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정치 양극화에 따른 파벌들의 파당주의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며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신적 내선일체 윤 정권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촌치킨(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부동의 1위였다. 간장 소스를 활용한 짭조름한 ‘교촌 오리지널’에 이어 ‘레드’와 ‘허니’ 시리즈가 잇달아 성공한 덕이다.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직접 개발한 간장마늘 소스는 프라이드와 양념이 지배하던 치킨 시장을 뒤흔들었다.하지만 권 회장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이른바 ‘돈이 되는’ 가맹점을 무차별적으로 늘리기보다 가맹점주의 수익을 올려 폐점률을 낮추는 전략을 폈다. 덕분에 교촌치킨 가맹점의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 됐을 정도로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158만9000원이었다. 한국의 30분의 1(3.4%) 수준이다. 지난해 북한 전체 국민총소득은 40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한국의 60분의 1(1.7%) 수준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30분의 1이니, 60분의 1이니 하는 비교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비교 자체가 별의미가 없다는 것을. 20세기 체제 경쟁 시기도 아닌데 북한을 크게 앞지른다고 해서 안심하거나 우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고, 남북한 양극화
“구멍 난 강둑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인은 무너지기 시작한 응급의료체계를 ‘구멍 난 강둑’으로 표현했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서 전문의들이 겨우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방 병원에서 시작된 응급실 운영 제한은 최근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내로라 하는 대형병원으로 도미노처럼 번졌다. 충북대병원에 이어 이대목동병원도 일주일에 이틀 응급실 셧다운(운영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
최근 샤머니즘 소재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대중문화 속 샤머니즘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올해 특히 샤머니즘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파묘》의 천만 관객 흥행이었다. 올해 7월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소풍》 《파묘》 《범죄도시4》 《핸섬가이즈》 《탈주》 이렇게 5편인데, 그중에서 《파묘》와 《핸섬가이즈》 두 편이 샤머니즘과 연관된 이른바 ‘오컬트’ 영화다.그 후 SBS 연애 예능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의 성공으로 K콘텐츠 샤머니즘 열풍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끌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 짝짓기 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