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은 또 어김없이 ‘자유’를 외쳤다. 언젠가부터 대통령의 연설을 보도할 때 자주 언급된 단어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일이 언론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경축사에서 자유를 말한 횟수는 무려 50회에 달했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에도 수정을 거듭해 완성했다는 광복절 경축사에는 그렇게 다시 ‘자유’가 넘쳤다.
잘 알고 있다시피 윤 대통령의 ‘자유’ 사랑은 유별나다. 각종 행사의 연설문에 단골 메뉴처럼 올라 눈길을 끈다. 대통령이 국가 운영이나 국민 생활에 중요한 원소라고 표현해도 좋을 개념인 자유에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두고 무어라 할 말은 없다. 다만 광복절처럼 뜻깊은 날에는 지난해에 그랬듯이 그 의미에 맞추어 선조들의 독립운동 헌신에 관해서도 함께 언급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생략되니 듣는 ‘자유’가 어쩐지 부자유스럽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정작 말해야 했던 핵심이 빠진 탓에 어떤 미사여구로도 덮지 못할 허전함이 남게 된다.
각종 행사에서 나오는 대통령의 말은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민들은 그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나 국가의 행로를 가늠하고 탐색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이 말 외에 자신이 지닌 권한의 행사라는 ‘행위’를 통해서도 메시지를 국민에게 발신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사다. 이처럼 중대한 메시지인 인사가 최근 들어서 부쩍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적이 걱정스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이 그렇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을 밀어붙인 것 또한 그렇다. 그리고 논란의 연속인 이 인사 릴레이에 결정적인 방점을 찍고 나온 인물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실 안보라인을 또다시 교체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동훈 대표 등 집권당 지도부가 자주 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보수언론에서조차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는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이념적 편향을 지적받는 것 외에 대북 지원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아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 김형석씨를 하필 이번 광복절 직전에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은 역풍도 역풍이려니와 의문점 또한 적지 않게 남긴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종찬 광복회장이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에 등장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정부의 경축식에 불참하고 따로 행사를 개최한 일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마땅찮은 풍경이었다. 김 관장 임명은 여당의 지난 총선 참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당시를 상기시키는 기시감까지 들게 한다.
최근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나 인사는 총선 참패 이후에 스스로 밝힌 ‘국정 쇄신’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국민 눈높이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많다. 입으로만 외쳐지는 자유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의 일과 생각 속에서 진정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윤 대통령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메시지 심은 데서 민심 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