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치며 세 차례 인상…“관객 부담‧산업 악영향” vs “불가피한 인상”
영화 관람료 낮추는 혜택 주목…‘슬기로운 영화생활’ 방법은?
1만5000원의 영화 관람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배우 최민식이 한국 영화 산업 침체 원인으로 영화 관람료 인상을 지목하고,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작심 비판’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대한 동조와 반박이 이어지면서, 인상된 영화 관람료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영화 관람료는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며 세 차례 인상됐다. 영화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익성이 악화돼 관람료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인상된 관람료가 관객의 부담을 늘리고 영화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휩싸여 있다. 현재의 영화 관람료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도 관람료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OTT 구독료보다 비싸…소비자 적정 가격은?
2019년 1만2000원(주말 기준)이었던 영화 관람료는 2020~22년 매년 1000원씩 올라 1만5000원이 됐다. 인상 전에 비해 25% 오른 가격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월평균 구독료(1만3000원)를 훌쩍 상회한다. 이전까지 2010년, 2014년, 2018년 등 4년 주기로 1000원씩 올랐던 영화 관람료가 이 시기에 유독 빠르게 인상되면서 관객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커졌다.
짧은 기간에 대폭 오른 영화 관람료가 영화 산업을 침체시킨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6월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의 담합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관람료 인상이 영화계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인연대 역시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관람료 인상이 관객 수 감소의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인연대에 따르면, 8월25일 기준 극장 전체 관객 수는 8540만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56%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들도 인상된 영화 관람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해 발표한 ‘영화 소비자 행태조사’를 살펴보면, 영화 관람 빈도가 낮아진 이유 1위는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28.1%)’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영화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은 8000~1만원(38.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5000~8000원 미만(33.5%)이 그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은 1만원 이하 금액을 적정한 영화 관람료로 인식하고 있는데, 현재의 영화 관람료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영상 콘텐츠가 OTT를 통해 적잖게 올라오는 상황에서도 질 좋은 콘텐츠와 대형 스크린, 상영관이 제공하는 분위기에 대한 니즈(욕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비싼 영화’를 ‘저렴하게’ 보는 법을 찾고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객들이 지불한 1인당 평균 관람료는 9698원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각종 할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정가보다 30% 싼 가격으로 영화 티켓을 구매한 것이다.
통신 3사·포인트 앱·이커머스 멤버십 활용법
관람료를 낮추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통신사 할인이다. SKT, KT, LGU+ 등 통신 3사는 영화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2D 영화에 한해 비슷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조조영화처럼 티켓 가격이 기준 금액(1만1000~1만2000원) 이하라면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통신 3사 멤버십 이용자들에게는 멀티플렉스 영화 예매 시 최대 4000~5000원의 할인이 제공된다. VIP 등급일 경우에는 무료 관람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SKT와 LGU+ VIP는 CGV에서 연 3회 무료 관람 혜택을 사용할 수 있고, KT VIP 회원은 롯데시네마에서 연 6회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U+ VIP라면 메가박스에서도 무료 관람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 혜택을 이용할 수 없거나,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어 만족스러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각종 포인트 앱을 통해 예매하는 방법이 있다. OK캐시백 앱에서 ‘영화 예매’를 검색하면 SK플래닛의 ‘영화 예매 역대급 할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에 동의하면 메가박스 2D 일반 영화를 주말·주중 상관없이 9000원에 예매할 수 있는 할인권을 최대 4장 받을 수 있다. 서비스 동의에 별도의 비용은 들지 않으며, 영화관과 시간, 자리를 지정해 예약할 수 있다.
h포인트 앱을 경유하면 1만원에 메가박스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h포인트 회원이라면 매월 4회 이용할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4명까지 예매가 가능하다. 앱에서 ‘영화 할인’ 메뉴를 통해 예매를 진행하면 된다. 현재 상영 중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메가박스 일반관에서 보는 경우, 주말과 주중 상관없이 1만원에 영화 예매가 가능했다. 조조영화 예매는 해당되지 않고, 통신사 할인과는 중복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커머스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다면, 그에 포함된 혜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신세계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가입자가 전월에 G마켓에서 10만원 이상 결제했다면, 메가박스 영화 예매권을 6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유니버스클럽 특가 쿠폰’을 받을 수 있다. G마켓 앱 메인에서 유니버스클럽 메뉴에 들어가 할인쿠폰을 발급받은 뒤, 안내된 링크에서 예매권을 구매하면 된다. 메가박스 앱에서 관람권 번호를 입력해 사용할 수 있다.
극장·배급사 등 프로모션도…CGV는 기존 행사 단발적 확대
최근 영화 관람료 적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CGV는 기존에 운영하던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주간 행사인 ‘컬쳐위크’로 확대해 8월26~29일 나흘간 진행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5~9시, 일부 2D 영화를 7000원에 관람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행사다.
CGV 측은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제작사·배급사와 협의를 통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트위스터스》 《행복의 나라》 《빅토리》 등 최신 영화를 평일 영화 관람료의 반값인 7000원에 선보였다.
이렇게 영화 홍보와 모객에 나서야 하는 극장이나 배급사들이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이용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롯데시네마는 0~5000원에 최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무비싸다구’를 운영한다. 롯데시네마 앱에서 해당 배너를 클릭하면 할인 관람권 발급이 진행되는 날짜와 수량을 확인할 수 있다. 1인당 1매에 한해 0원 관람권, 2000원 관람권 등을 선착순 발급받을 수 있고, 다운로드 후 2시간 이내에 쿠폰을 사용해 예매하면 된다.
할인된 가격에 ‘명작’을 볼 수 있는 ‘보석발굴 프로젝트’도 롯데시네마에서 진행 중이다. 다음 영화는 《여름날 우리》로, 9월5~18일 전국 26개 영화관에서 1만원에 상영한다.
관람료 2000~7000원…전국의 작은 영화관에도 발길
영화 관람료 부담이 커지면서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도 늘었다. 모든 영화관이 신작을 내걸진 않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 영화나 예술 영화를 통해서도 관객들을 불러들인다. 55세 이상이라면 2000원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의 실버영화관,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인 서울 서대문구의 청춘극장, 조조영화를 4000원에 볼 수 있는 서울 정릉동 아리랑시네센터 등이다.
인천에서는 관람료 6000~7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강화작은영화관이 운영된다. 영암과 고흥, 진도, 완도, 담양 등 전남 곳곳에서도 작은 영화관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무안 복합문화센터에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이 개관했고, 담양에는 2D 영화를 6000원에 상영하는 담빛영화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는 작은 영화관과 상영 중인 영화 정보는 ‘디트릭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