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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찰기·이스라엘 감시위성에 막혀 헤즈볼라 기습 수포로…확전 어려울 듯

8월25일 새벽(현지시간), 100대의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드론 발사대를 비롯한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날 오전 7시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 공격을 ‘예방적 선제타격’이라고 정의하고 이틀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는 “320발의 로켓으로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호 인근의 이스라엘군 기지와 주둔지를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새벽 5시 약 3000발의 미사일·로켓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집중 타격할 계획이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이 헤즈볼라의 공격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CNN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목표물 추적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한 후, 8월25일 이스라엘 국경 레바논 쪽에서 연기와 화재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선제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한 후, 8월25일 이스라엘 국경 레바논 쪽에서 연기와 화재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

美 ‘첨단 감시자산’으로 헤즈볼라 기습 무력화

이를 종합하면 미국은 인공위성과 항공기 등 정보자산을 활용해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를 파악해 이스라엘에 알렸으며, 이스라엘은 표적을 확정한 뒤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켜 헤즈볼라 목표물을 무력화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동맹국 기밀정보 교류 차원에서 지역 군사정보를 전산으로 실시간 공유하는 ‘전장정보 수집활용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인공위성은 물론 유럽과 동지중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지역의 자국 기지에서 출동한 정찰기 등을 통해 이 지역을 활발히 감시하고 있다. 특히 8~12km 상공에서 9~11시간 체공하며 신호·영상 정보를 감시하는 지상 감시 정찰기 E-8C로 지상·공중의 모든 신호를 포착하는 것은 물론, 미사일 발사 전후에 방출되는 전자신호 등을 감지하는 EP3-E 정찰기의 정보까지 통합 분석해 헤즈볼라의 공격 가능성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지중해 키프로스와 아랍에미리트 기지 등에서 활동하는 영국군과도 협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도 자체적으로 7대의 감시 정찰 위성을 운용하며 주변 위협 세력의 동태 정보를 파악하고 표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헤즈볼라 목표물 타격을 위해 100대의 전투기를 출동시켰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이스라엘군은 2022년 기준 334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스텔스기인 F-35 24대, F-15 계열 83대, F-16계열 197대 등 304대가 전투기다.

이처럼 정보전과 제공권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벌인 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의 효과는 상당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OI)’은 “예방적 선제타격으로 헤즈볼라 목표물의 50%, 혹은 3분의 2가 제거됐다”는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자체 평가를 전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레바논 TV에서 “이스라엘 폭격의 효과는 미미했다”고 말했고, 헤즈볼라는 6명의 대원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미사일·로켓·드론 등 헤즈볼라의 군사 목표물을 정확하게 때려 이른바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했음을 의미한다. 헤즈볼라는 이날 “320발의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며 이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아파트 공습으로 숨진) 고위 군사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날 아이언돔으로 헤즈볼라 로켓을 대부분 요격했다며 해군 순찰정에 아이언돔 오발탄이 떨어져 장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1차 보복은 끝났다”는 이날 나스랄라의 선언이다. ‘1차 보복 종료’ 발언은 세 가지 의도로 해석된다. 첫째, 당분간은 대규모 추가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둘째, 시간을 갖고 추가 준비를 한 다음에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셋째, 전략적 모호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만전술로 이스라엘군의 경계를 풀지 못하게 해 피로를 누적시키려는 공작전술로도 이해할 수 있다. TOI는 이날 이스라엘의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으며 오스틴 장관은 확전을 우려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 첫날부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측에서 ‘확전 자제’를 한목소리로 언급한 셈이다.

 

헤즈볼라, ‘비대칭 무기’ 활용 전망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일까. 기만전술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일단 확전 자제에 대한 의지가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이렇게 볼 수 있다. 헤즈볼라 입장에선 첫째 무기·전술·군수에서 열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헤즈볼라 전력은 로켓과 이웃 시리아에 은닉하고 있는 일부 전차를 제외하고는 소규모 화기와 테크니컬(기관총 장착 트럭)이 중심이다. 이러한 1990년대 장비와 전술로는 제공권을 장악하고 아파트의 요인을 표적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지속적으로 맞서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이 틈을 보일 때까지는 전술적으로 일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자금이다. TOI에 따르면 과거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으로 매년 7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지원받아왔다. 2만 명 정도의 상비 무장대원과 또 다른 2만 명의 예비 병력을 운용하는 데 드는 자금이다. 하지만 오랜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이란 경제 사정이 악화하고, 시리아 정권도 10년이 넘는 내전으로 재정이 고갈된 탓에 아무래도 외부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헤즈볼라는 시리아를 통한 이란의 무기 지원이 없으면 추가 작전이 쉽지 않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해 피해를 줄 군사적·경제적 능력을 갖췄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내정도 막대한 군사비 지출에 호의적이지 않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000여 명을 살해하고 200여 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이래 국경에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를 로켓과 소규모 접전으로 수시로 위협해 왔다. 다만 이번 공격의 계획 규모가 이전보다 클 뿐이다.

문제는 헤즈볼라가 상당한 분량의 로켓을 지하터널과 벙커 등 무기고에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약 4만 발, 이스라엘 정보 당국을 인용한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약 12만 발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웬만한 국가보다 많은 분량으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로켓은 유도되지 않아 미사일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포탄에 비해 위력도 부족하지만 살상력은 분명히 있다. 게다가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공격해 확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헤즈볼라가 저비용의 비대칭 작전으로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수는 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이란의 신정 정부와 함께 이스라엘 말살을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힘의 열세에도 이스라엘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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