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기자의 ‘순환 경제’ 취재기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
경제매체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환경부를 출입하면서 환경 문제에 천착하게 됐다는 김경은씨. 그는 환경 관련 여러 전문가 및 의사결정자와 인터뷰하며 연재물인 ‘플라스틱 넷제로’를 50편 이상 써나갔다. 그러는 동안 환경 문제를 단순한 사회 이슈가 아닌 경제 메커니즘을 적용해 돌파구를 찾는 시도까지 하게 됐다. 《소비하는 인간, 요구하는 인간》이 출판된 과정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분리배출 의무는 독일에 비해 훨씬 강하고, 더 철저하다. 그런데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으며, 재활용은 덜 되고 있다. 즉 우리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란 이야기다.”
김씨는 독일의 경우를 취재하고 한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환경보호가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업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개인이 분리수거하고, 개인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개인이 환경보호 운동에 나서는 대한민국. 하지만 개인이 분리수거를 아무리 해보았자 한국에는 시스템과 기술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배달 음식을 시킬 때, 택배를 주문할 때 나오던 무수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등 결국 환경과 관련해 무기력증까지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 김씨는, 순환 경제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욕망’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환경산업과 기업을 움직이고 바뀌게 하는 열쇠는 ‘소비자’라는 것이다.
“바로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리는 것까지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잘 순환하도록 만든 기업의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제품은 퇴출시킬 수 있는 힘이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된다.”
김씨는 생산자들이 제공하는 포장재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 해도 소비자에게 이를 거부할 권리도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더해 소비자가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어떤 제품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선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기업과 산업은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제품을 선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춘 소비자를 따라 이동할 것이다. 순환 경제는 탄소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경로이므로, 소비자는 우리가 살고 싶은 환경을 요구해야 한다.”
김씨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제거하는 해결책이 아니면서도 자연과 함께 살아갈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시스템을 통한 해결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다. 자연과 경제, 사회 시스템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환경이 균형을 유지해야만 우리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위한 가치 있는 소비를 실천하고, ‘살고 싶은 환경’을 요구하자는 김씨의 주장은,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