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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가로서 루벤스의 진정한 행운은, 어쩌면 사후에 르네상스 문화사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부르크하르트를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생전에 루벤스의 그림을 좋아했던 부르크하르트는 티치아노나 미켈란젤로 못지 않은 화가로 루벤스를 치켜세우는 책을 남겼다. 이른바 〈루벤스 회상〉이 그것이다.
루벤스 연구 분야에서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루벤스 회상〉이 마침내 나왔다. 미술사학자로서 〈서양 미술사 100 장면〉을 펴낸 최승규 박사(연세대)가 최근 〈루벤스의 그림과 생애〉라는 이름으로 부르크하르트의 명저를 우리 말로 옮긴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펴낸 책에는 루벤스의 명작 원색 도판 80여 장을 함께 실었다.
〈사랑의 정원〉 〈비너스의 잔치〉등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루벤스의 걸작이다. 초상화·판화는 물론 풍경화와 성서·신화에 등장하는 인물화에 능했던 루벤스는 모두 3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루벤스의 그림과 생애〉는 서양이 낳은 한 천재 화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책으로 꾸민 박물관’이다. 아울러 독자들은 이 책에서 근대 서양의 예술 세계에 대한 한 탁월한 문화사가의 통찰력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흥미로운 '과학 인물 열전'
19세기 영국 태생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하여 ‘진화론의 원조’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지만, 어렸을 때에는 성공한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집안 망신시킬 녀석’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왓슨과 크릭에 이르기까지 서양 과학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17명의 흥미로운 생애를 소개한 책이 나왔다. 영국의 과학자·과학사가 17명이 공동 집필하고, 영국 BBC 방송의 대중 강좌로도 방영되었던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이 우리 말로 옮겨진 것이다.
이 책은 비록 17명의 과학자를 약전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기존 과학사 서적과는 대비된다. 과학적 업적에 얽힌 일화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같은 업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또 그같은 업적은 오늘날 관점에서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과학사 전체 체제 안에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서양 과학이 오늘날 독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을 서양 과학 체계가 지녀온 ‘통일성’과 ‘종합성’으로 요약한다. 바로 이 두 가지 특질이야말로 서양 과학이 최소한 지난 5백 년간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과학의 진보가 비범한 천재나 영웅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학자 개인이 살던 특정한 시대의 산물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