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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혜자는 이종찬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신당 출현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에 뜻밖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 중 최대 수혜자는 단연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을 찾는 거물들의 행렬과 언론의 관심 집중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직접 나서는 정치인 중 최대 수혜자는 단연 이종찬 민주당 고문(종로)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탈당한 조 순씨 대신 종로구에 재공천한 정인봉 변호사는 이미 13·14대 때 이 지역에서 이고문에게 패했던 인물. 조 순 후보와 맞대결 구도를 상정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는 추세를 보였던 이고문으로서는 훨씬 손쉬운 상대를 맞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국민당 출현으로 야권표가 분산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정황이다.
그러나 맞상대인 정씨가 비록 중앙 정치권의 시각에서는 경량급이지만 지역에서는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이고문의 주장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에도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였던 정씨가 한나라당 지지표까지 업을 경우 꽤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자 몸조심’이라고나 할까.
‘공천 유감’ 최형우
“예의 벗어났다” 탈당 고려
몸이 불편해서 정치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최형우 의원 역시 이번 한나라당 공천에 불만이 많다. 공천 전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 공천 문제를 이회창 총재측이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한 데 대해 심사가 편치 않은 것이다. 최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는 이번 한나라당 공천 파문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 원래 최의원의 부인인 원영일씨가 출마할 뜻이 있었으나 한나라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기택씨의 출마 문제로 혼란을 거듭하다 결국 권태망 부산시의원으로 낙점. 권태망씨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 최의원 집에 찾아 왔지만 분위기는 무척 냉랭했다고 한다.
최의원은 현재 활동은 자유롭지 못해도 몸이 많이 좋아져서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최의원의 한 측근은 최의원이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이번 공천 문제와 신당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얻어맞고, 욕먹고, 찍히고
하순봉 ‘2월은 잔인한 달’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이자 당의 사무총장으로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실세였던 하순봉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이번 한나라당 공천 파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심신이 고달프다. 공천 탈락자들이 모두 하총장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특히 오랫동안 각별한 사이였던 김윤환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등 악역을 맡아 ‘하총장이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느냐’는 눈총을 적지 않게 받았다.
시름거리는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하총장의 지역구인 진주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선거구 조정으로 진주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하총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한 김재천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김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하총장으로서는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투’로 씨름 선수 이긴 김호일
지역 반발이 더 무서운 적
한나라당 공천 파문의 압권은 역시 김호일 의원 재공천이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씨에 대한 공천을 거두어들이고 다시 현역인 김의원을 공천하자 한나라당 지도부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씨름 선수 출신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당사에서 하순봉 사무총장에게 주먹질을 한 ‘권투 선수’를 다시 공천한 것은 무원칙 공천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김의원을 다시 공천한 것은 마산 민심이 심상치 않을 뿐만 아니라 공천 탈락 의원들이 신당에 속속 참여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 후 마산에서는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겉으로는 ‘마산을 뭘로 알고 씨름 선수를 공천하느냐’는 여론이었지만 그 밑에는 이회창 총재가 YS를 쳤다는 데 대한 반발 정서도 강하게 깔려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수를 바로잡는다면서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올라 있는 김의원을 다시 공천한 것 역시 민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경남 총선시민연대는 신당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에서 대표적인 낙선·낙천 대상자로 꼽힌 김의원을 다시 공천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