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구 교수팀, 리본 안티센스 합성 성공 ··· 5~6년 후 상용화

열추적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내 공격하는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제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과학연구소 박종구 교수(41·분자생물학)팀은 최근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결합해 9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내는 '리본 안티센스(Ribbon Anti Sense) 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교수에 따르면 혈액암 등 각종 암 세포를 추출해 인공 배양한 뒤 리본 안티센스 분자를 주입한 결과 1주일 만에 암세포 성장이 99% 억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안티센스 분자는 병을 일으키는 나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 치료제. 세포 내에서 단백질 합성이 과잉 축적되어암 따위 감염성 질환이 일어나는데, 안티센스는 유전자 발현 수준에서 과잉 축적된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한다. 분자생물학이 출발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막대형과 루프형 안티센스를 개발했으나,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하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심해 치료에 한계를 나타냈다. 1세대 막대형 안티센스는 암세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분해되어 암 정복에 실패했고, 2세대 루프형 안티센스는 돌연변이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열 추적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죽여

박교수팀이 개발한 3세대 리본형 안티센스는 1, 2세대 안티센스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거의 해결해, 목표한 암세포에 정확하게 도달함으로써 1주일 이내에 암세포를 괴멸시킨다.

박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학자들이 안티센스를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기대했지만, 암세포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암치료에 이용할 수 없었다. 분자생물학에서 풀리지 않는 이 숙제를 풀고 싶어 7년 전부터 매달린 결과 이번에 성과를 얻었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암 치료는 방사선과 함암제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는 무작위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즉, 방사선과 항암제는 숨어 있는 적군을 괴멸시키기 위해 무작위로 총알을 쏟아 붓는 격이기 때문에 적만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을 일으켰던 것. 하지만 박교수팀이 개발한 리본형 안티센스는 열 추적 미사일처럼 숨어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 사살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교수는 "리본 안티센스는 유전자 질환 치료제의 기반 기술이기 때문에 암뿐 아니라 에이즈 ·간염 등 모든 감염성 질환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리본 안티센스가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5∼6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 연구는 인공 배양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기 때문에 동물과 인체에 임상실험을 해서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서정선 교수(서울대 의대 ·생화학)는 "암세포의 성장을 100% 막지못하면 암세포가 계속 성장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1,2세대 안티센스는 암 치료제로 주목되지 못했다. 리본 안티센스는 1,2세대의 결함을 상당히 극복했지만, 암세포를 100% 제어할 수 있는 수준가지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박교수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지만, 앞으로 임상 실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세대 안티센스 분자 개발도 이미 상당 수준 진척시켰지만 이 역시 '연구비 부족'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마치고 1995년 귀국한 이후 박교수는 연구비가 모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연구비를 구걸해야 했다. 도중에 포기하고 월급이나 챙기는 '월급쟁이 연구원'으로 주저앉고 싶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4백50조원 이상의 의약품 시장을 놓고 우리나라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생명 공학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유전자 질환 연구 지원 규모는 프로젝트당 3억∼5억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2천만∼3천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생명공학을 육성하겠다고 공언만 할게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생명공학 정책에 가하는 박교수의 일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