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안 핵폐기장 유치 주민 투표 91.83%가 ‘반대’ 투표 결과 놓고 찬성측 “희대의 사기극” 맞서

지난 2월14일은 발렌타인데이였다. 하지만 꿈 많은 부안여중 1학년 슬아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2월13일 슬아는 초콜릿을 정성스레 장식하는 대신 군민들 앞에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슬아는 14일이 ‘부안을 지키는 날’ ‘부안을 군민 손으로 되찾아 오는 날’이라고 말했다. 2월13일 밤 부안초등학교 강당에는 자원봉사자 5백여 명이 모여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부안 주민 투표의 성공을 위해 투표 참관인과 사무원으로 자원한 사람들이다. 특히 종교인들이 눈에 띄었는데, 신부·수녀 51명, 원불교 교무 50명, 스님 20명이 참가했다.

이날 밤 부안 수협 광장에서는 마지막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2백3일째였다. “부안은 아프다”라며 핵폐기장 반대를 외쳤던 김인경 원불교 교무는 “부안에서 희망을 보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 옆에는 문규현 부안성당 신부와 변산 내소사 주지 지원 스님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2월14일 실시된 주민 투표 결과 전체 투표권자 5만2천1백8명 가운데 3만7천5백40명(투표율 72.04%)이 투표에 참가해, 3만4천4백72명(91.83%)이 반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부안 주민들은 ‘핵폐기물처리장 백지화’를 선언하고 승리를 만끽했다. 지원 스님은 “부안 사람들의 찢긴 가슴을 사랑으로 치유하는 일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은 “부안 주민 투표는 3·15 부정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희대의 사기극이다”라고 폄하했다. 정부도 “주민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2월16일 고 건 국무총리는 위도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법적 효력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핵폐기장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도 김종규 군수 퇴진 운동과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적극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규현 신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