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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맥두걸 유엔 인권위 특별보고관은 98년 8월 유엔에 ‘맥두걸 보고서(전쟁 상황에서의 조직적 강간·성노예·노예적 취급 관행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제출해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맥두걸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소 운영이 노예 제도 및 노예 거래 행위이며 전쟁 범죄인 강간일 뿐 아니라 인도주의를 거스르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오는 8월 이 문제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유엔에 낼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러 한국에 온 그를 6월5일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쟁 중에 일본군은 여성을 구금한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강간했다. 일본이 이를 범죄 행위라고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쟁중 강간과 구금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현재도 유고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분쟁 지역의 성노예 문제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이같은 범죄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제 사회가 이런 범죄를 저지른 전범을 체포하고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당신과 유엔의 권고 사항을 거부하고 있다. 대책은 있는가?

오는 8월에 일본군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강간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는 국제적인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 유엔 인권위를 통해 일본이 정부 차원의 배상을 하도록 권고할 것이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이 준비되고 있다. 이 법정은 어떤 구속력을 가지는가?

법적으로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사건이 될 것이다. 이 법정을 통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전세계 사람들을 교육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힘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민중의 힘을 믿는다. 초점은 유엔이 아니다. 다양한 운동으로 국제 여론을 일으키면 유엔은 거기에 반응할 뿐이다.

어젯밤(6월4일) 한국인 위안부 출신 생존자들을 만났다고 들었다. 느낌이 어떠했는가?

물론 나는 지난해에 보고서를 쓰면서 문서를 통해 많은 사례를 접했다. 엄청난 아픔과 끔찍함, 분노를 느꼈다. 이는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느냐는 차원의 분노였다. 그러나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니 역시 달랐다. 그들은 그 처참한 상황에서 자기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말해 주었다.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위안부 생존자를 언제 처음 만났는가?

98년 6월 워싱턴의 연방 의회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실태를 고발하는 전시회가 2주일 동안 열렸다. 거기서 위안부 생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

내가 자란 미국 남부 조지아 주는 흑백 차별이 심한 곳이다. 그래서 흑인 민권운동도 그만큼 거세다. 나는 그런 토양에서 자라났다. 법대에 간 것도 인권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또 나는 교사이자 여권운동가였던 어머니 영향을 받아서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90년대 초반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유엔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되면서 상세히 알게 되었다.

이 문제를 끝내고 난 뒤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인종 차별 반대 운동에 관심이 많다.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이다. 나는 지난해부터 미국내 인종 차별 반대 단체 위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종 차별 정책과 관련해 미국 및 전세계 정부와 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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