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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변…조폐창 이전 비용 계산도 엉터리
먼저, 불과 2개월 사이에 ‘적극 반대’에서 ‘적극 옹호’로 조폐창 통폐합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점이다. 이 과정에서 조폐공사가 내세운 논리는 들쭉날쭉이었다. 지난해 7월8일 구조 조정에 대한 조폐공사측 최종 의견을 정부에 제출할 때만 해도 공사는 △조폐창을 옮기는 데 8백억원 가량 자금이 소요 되는데다 △통폐합 이후 해마다 59억원 가량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며 통폐합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러나 정부가 2001년까지 옥천·경산 조폐창 통폐합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조폐공사는 8월19일에 58개월, 다시 말해 2003년까지 시간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공사측 태도가 급변한 것은 9월 말부터이다. 인건비를 50% 이상 삭감하자는 공사측 최종 제안을 노조가 거부(9월30일)한 이틀 뒤 공사는 정부가 제시한 일정을 오히려 2년 앞당겨 99년 3월까지 조폐창 통폐합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8월 초부터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결과 통폐합이 빠를수록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조폐공사 관계자의 해명이다(노조측은 이 시기를 전후해 검찰의 개입이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 대해 일부 이사진이 ‘무리한 일정’이라며 반발하자 공사측은 통폐합 완료 일정을 99년 9월로 재조정했다.
99년 6월 초 현재 통폐합 작업을 90% 이상 마무리했다는 것이 조폐공사측 주장이다. 현재까지 든 이전 비용은 68억원. 애초에 예상했던 비용 (8백억원)의 10분의 1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검찰 개입이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구조 조정 과정 전반에 나타난 졸속성 때문에라도 조폐공사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경제성이 없다는 처음의 계산을 겨우 두 달 만에 뒤집고 조기 통폐합을 추진함으로써 조폐공사는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말이 8백억원에서 68억원이지, 10배 이상 차이가 나게끔 이전 비용을 추산한 것부터가 불신을 부른다.
조폐공사는 올 들어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수주를 이유로 폐쇄했던 옥천 조폐창을 다시 가동했을 뿐더러, 퇴직한 직원 1백50여 명을 임시직으로 다시 채용했다. 중·장기는 고사하고 단기 수급 계획조차 엉성했다는 반증이다. 조폐공사는 또 지난 1∼3월 노동부로부터 8천5백만원을 지원받아 자사 직원 1백80여 명에 대해 직업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무리한 이전 일정으로 경산 조폐창에 미처 시설이 준비되지 않아 발생한 ‘임시 잉여 인력’을 놀리지 않으려고 국고까지 낭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