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커지는 영향력에 검색엔진 선탑재 요구하며 ‘슈퍼 갑질’
법원 “시장 지배력의 불법적 남용”…초심 잃어가는 구글 미래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고객 줄 세우기 소동을 만드는 애플 또는 인공지능 트렌드를 주도하는 오픈AI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IT 업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은 바로 구글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마저 “인터넷은 오픈 공간이지만 사실상 구글의 공간일 뿐”이라며 구글의 절대권력을 인정했다.
혹자는 미국 정부보다 더 막강한 힘을 지닌 곳이 바로 구글이라고 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이 전 세계를 불법 도·감청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반면 구글은 합법적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확보한다. 전 세계 검색 결과 92%를 구글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를 제외하면 어디를 가도 구글보다 인기 많은 검색 사이트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사악해지지 말자”던 약속 저버린 구글
구글의 힘은 막대한 양의 검색과 유튜브 등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 신제품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피부로 체감되는 애플의 인기에 비해 구글의 영향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은 정보를 검색할 때 네이버가 아닌 구글에 접속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애플은 신드롬을 만들지만 구글은 중독을 일으킨다.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310억 달러(약 42조4700억원)다. 유튜브가 TV와 영화관을 대체하면서 영향력을 한층 더 키웠다. 프리미엄 유튜브를 이용하는 고객은 전 세계에서 1억 명을 넘어섰다. 지금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이가 유튜버를 꿈꾸고 희망한다. 영상과 검색이라는 소프트파워로 구글은 조용히 힘을 키워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은 구글을 빅테크가 아닌 초거대 빅테크라고 부른다.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에선 구글이 끊임없이 시장에 도전하는 첨단 기술 신생기업을 선제적으로 규제·통제한다는 비판도 담겨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 자사 검색엔진 탑재를 협력업체에 요구하며 진입장벽 구축에 몰두했다.
구글이 애플, 삼성, AT&T 등 협력사에 수백억 달러를 지급하며 자사 검색엔진을 선탑재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점이 미국 연방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구글은 압도적인 검색 역량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을 지배했다고 주장했지만 자금과 권력을 행사하며 검색엔진 탑재를 요구했다면 이는 ‘슈퍼 갑질’에 해당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구글의 갑질과 압력을 비꼬며 그들을 초거대 빅테크라고 부른 이유다.
2000년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슬로건을 회사의 공식적인 행동규범으로 선포했다. 부정한 짓을 하지 않고 선한 행위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고,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간 쌓아올린 브랜드 신뢰도, 이미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경영진의 의도가 담긴 문구다. 사악해지지 말자던 구글의 외침은 현재 회사의 공식 좌우명에서 사라진 상태다.
“법 위에 있는 기업은 없다”
구글은 지난 25년간 성장과 혁신을 거듭했다. 그러나 내부 조직은 늘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첨단 기술로 패러다임을 선도해 왔지만 알고리즘을 어떻게 구축하는지 그리고 각 국가에 세금은 투명하게 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경영학자는 성공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지만 구글은 글로벌 경영 석학의 연구 요청에도 비공개로 일관한다. 구글을 직접 탐방·분석한 해외 논문은 지금까지 한 편도 없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멜리사 실링 교수는 하드웨어 제품과 달리 검색, 콘텐츠 등을 담고 있는 플랫폼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용자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신규 진입자가 도전하기 어렵기에 더 쉽게 독점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이른바 시장을 장악하는 지배적 디자인(1위 플랫폼)이 나타나면 해당 영역을 조기에 장악할 수 있고 이용자의 생각, 사고, 가치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완벽한 독점이 가능해진다.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이 완벽한 독점을 꿈꾸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고 도전하는 행위를 차단했다며 이는 시장 지배력의 불법적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려면 누군가의 말처럼 공정과 상식이 보장돼야 한다. 미국은 구글을 독점기업이라고 비판하며 공정과 상식 위에 그 어떤 기업도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의 경제적 파워는 여기서 나온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며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 경제적 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의 생각을 통제하면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다. 승자 독식 시장이 소비자에게 좋지 않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도 입증이 끝났다. 미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MS, 아마존, 애플에도 반독점 소송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경쟁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하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알고리즘으로 검색, 스마트폰, 유튜브에서 수익을 극대화했다. 손쉬운 검색과 영상은 정보의 편의성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이용자의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가로막는 기폭제가 되었다. 부정한 행위를 하지 말고 사악해지지 말자고 강조했지만 구글은 이미 자신들의 좌우명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길을 걸었다.
미국 법무부 장관인 메릭 갤런드는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판결에 관해 “아무리 규모와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기업은 없다”며 “미국 국민의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전제조건은 투명한 시장 질서와 공정한 경쟁이다. 무소불위의 구글이라도 사악해지는 순간, 미국 법원은 철퇴를 내린다. 공정과 상식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한 그들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