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이하면 레임덕’은 피했지만 국정 동력 창출은 역부족
총선 참패로 윤석열 대통령의 향후 임기 3년은 사면초가 국면이다. 의회권력은 오롯이 범민주당 손에 놓여있다. 더불어민주당 175석과 조국혁신당 12석을 합하면 무려 187석이나 된다. 21대 국회보다 더 많은 숫자다. 대통령의 국정 현안을 지원하고 뒷받침해줄 집권여당은 겨우 108석밖에 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임기 내내 각종 특검은 예고되고 있다. 이미 본회의에서 처리된 이태원 특별법에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검법,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여러 건의 재판 및 검찰 수사 대상이다. 이재명 대표야 개인적인 사법 리스크이므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개인 이재명의 책임으로 귀결되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야권의 특검 공세로 국정이 마비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 대통령의 유일한 버팀목인 국정 운영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결과로 인해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윤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동력은 국민의 지지 외에는 없다. 아무리 의회권력이 야권에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이 평균적으로 45%를 웃도는 경우 야당이라도 정당한 법안 통과의 발목을 잡기는 어렵다.
바닥 다지는 지지율, 회복 속도는 매우 더뎌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4월29일~5월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총선이 끝난 지 20여 일 지난 시점이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추세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0.3%로 직전 조사와 거의 비슷한 결과다(그림①).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로 보이는데 총선 이전에 지지율이 내려갔을 때와 비교해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디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25%의 법칙’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물론 대통령의 임기 중 어느 정도 시점인지가 중요하겠지만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이 25% 밑으로 내려가면 일종의 ‘레임덕 현상’으로 인식된다. 국정 동력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로 볼 때 간신히 레임덕 상태는 벗어났지만 아차 하는 순간 20%대로 내려갈 수도 있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지점은 핵심 지지층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로 이길 수 있게 했던 지지층마저 돌아서고 있는 상태다. 물론 더 치명적인 타격은 40대 미만과 수도권, 충청 지역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실시한 NBS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7%로 2주 간격으로 실시되고 있는 직전 조사와 동일했다. 부정평가 역시 2주 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64%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총선 여파로 더 내려가 빠른 시간 내 회복되지 않고 정체된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세대별·지역별로 추가 분석을 해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총선에서 여야 모두 강조했던 유권자층은 2030세대였다. 윤 대통령은 20대(만 18세 이상) 긍정 지지율 16%, 30대 18%, 40대는 고작 13%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지지율이 높고 낮음을 떠나 40대 미만 평균 지지율이 15% 정도에 불과한 지지율로 국정 수행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총선에서 유독 강조되었던 지역은 수도권이다. 전체 지역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보잘것없다. 서울 30%, 인천·경기 23%, 충청권은 32%에 그쳤다(그림②).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은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로 5월1~7일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특검’ ‘국회’ ‘수사’ ‘민주당’ ‘정부’ ‘국민의힘’ ‘국민’ ‘원내대표’ ‘수석’ ‘정치’ ‘거부권’ ‘민정’ ‘여사’ ‘검찰’ ‘조사’ ‘위원장’ ‘처리’ ‘의장’ ‘야당’ ‘상병’ ‘더불어민주당’ ‘특별법’ ‘이재명’ ‘김건희’ ‘장관’ ‘운영’ ‘해병대’ ‘조국’ ‘한국’ ‘경제’ ‘대변인’ ‘인사’ ‘국가’ ‘한동훈’ ‘수수’ ‘반대’ ‘지원’ ‘의대’ ‘여부’ ‘비서관’ ‘경찰’ ‘박찬대’ ‘이철규’ ‘일본’ ‘차관’ ‘의사’ ‘사령관’ ‘부활’ ‘중국’ ‘검찰총장’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③).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을 보면 거의 특검이나 의혹 또는 논란과 관련된 내용이다. 논란이나 의혹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거나 확산되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지지는 유입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끊임없는 야권의 특검 공세, 국정 과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 약화, 한·미·일 협력 등 대외변수에 대한 위협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국정 운영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 서있다.
尹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 특검·의혹이 중심
지지율 상승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통, 정책, 인사에 달려있다. 같은 국정 운영 방향이라도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가 결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이후 여야, 국민 소통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받아왔다. 중도층이 흡수되지 않았던 치명적인 이유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서 가장 빛났던 리더십은 소통이었다. 미국 백인 사회마저 자기 편으로 만드는 집요한 소통은 결국 미국 국민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정책은 지지율을 올리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특징은 이념보다 손에 잡히는 정책에 더 반응한다는 점이다. 3대 개혁 등 조금이라도 정책적으로 진전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냉담했던 수도권 유권자들조차 윤석열 정부의 열렬한 팬으로 만드는 극적인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윤 대통령이 여야 가리지 않고 기본적인 도덕성을 확보한 최고의 전문성 있는 인재에게 부처 운영 역할을 부여한다면 여소야대의 불리한 국면에도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결국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