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학계·청년 대표로부터 ‘쓴 진단’…이동수 “중도·2030 싫어하는 것만 해”
‘패배 책임자 리스트’ 제안도…“하나마나한 얘기 대신, 정치적 책임 물어야”
최근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로 인한 당 위기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7일 TF 2차 회의를 열고 총선 패배 요인 분석 및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여옥 전 의원, 박명호 동국대 교수,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등도 참석해 ‘패배 책임자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등 당을 향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총선 참패에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TF는 이날 학계·언론·청년·여성 대표를 불러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촌철살인 분석들을 들었다. 학계 대표로 참석한 박명호 교수는 “하나마나한 얘기, 공자님 말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 하려는 TF라면 망가져도 지나치지 않다”며 “TF 최종 페이지에 이번 총선 책임자 리스트 있어야하고, 적어도 어떤 사람과 어떤 것들 때문에 이런 결과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TF팀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은 중도와 2030세대를 잡겠다고 했는데 중도와 2030들이 싫어하는 것만 계속 하고 있다”며 “이조(이재명·조국) 청산, 홍범도 흉상 이전, 586 청산 이런 것들에 2030 청년층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독재와 민주화 등 80년대 의제에 묶여 있다면, 국민의힘은 너무 이념적인 이슈에 전념하면서 오히려 70년대까지 시대를 역행했다”고 비판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전여옥 전 의원도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회의에서 나온 발언과 안건들을 정리했다. ‘국민의힘에는 힘이 없다’, ‘사망 유희 같은 공천을 했다’, ‘당원들에게 리뷰도 없는 상품을 사 달라는 식의 공천’, ‘후보를 당선시키는 총선인데 대선후보 맛뵈기 쇼였다’, ‘당원 모독 총선’, ‘집토끼가 깡총깡총 가출했다’, ‘보수 참칭 정당’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전 전 의원은 회의 당시 분위기에 대해선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갑갑하시겠어요’라고 하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당을 해체하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말했다”라고 블로그에 적었다.
조정훈 위원장도 회의 직후 취재진에 “가장 뼈아팠던 얘기는 ‘이 상태로 아무것도 안 하면 만년 2등 정당이 될 것’이라는 말”이라며 “전통적 지지자가 나이 들고 수도권 확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이 국민의힘이 가장 유리한 지형에서 치른 선거가 될 것이라는 패널 발언에 모두가 숙연하고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 원인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고 구성원들이 동의할 혁신안을 만들자고 결의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조 의원은 회의에서 나온 ‘책임자 리스트’ 작성에 대해선 “박 교수님 개인 의견”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어 “누구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백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왜 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백서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조 의원은 백서에 넣을 ‘대통령실 책임론’과 관련해선 “대통령실과 어떻게 면담을 진행하면 좋을지 소통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심층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