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로 소비자들의 로봇 친숙도 높아져…향후 반도체보다 성장세 클 것이란 전망도
‘외식테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스타트업 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한동안 투자 혹한기로 몸살을 앓았던 스타트업 업계는 외식테크에 쏠리는 뭉칫돈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치솟는 인건비에 구인난까지 겹치며 외식업계의 부담이 커지자,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2021년 2720억 달러(약 325조원)에서 2025년엔 3600억 달러(약 47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3420억 달러(약 4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양한 로봇의 등장
외식테크는 푸드테크 중에서도 외식산업과 밀접한 기술을 의미한다.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등 전반에 정보기술·생명공학·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결합한 신산업을 뜻한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키오스크부터 테이블오더, 서빙로봇, 조리로봇, 원격줄서기 시스템 등이 외식테크에 해당한다.
최근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에 외식업 점주들의 경영 부담이 더해지면서 로봇들이 인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올해 최저시급 9860원 기준 한 달 근무를 209시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사람 한 명당 월급은 206만원이다. 최저시급을 맞춰준다고 해도 제대로 된 직원을 뽑기 어려워지자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로봇 시장은 연평균 36%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2년 158억7000만 달러(약 21조원)에서 2030년까지 1873억3000만 달러(약 248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도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서빙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LG전자로부터 6000만 달러(약 807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비-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모바일 앱 제작사인 치타모바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서빙로봇 사업에는 KT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테이블오더 서비스업체 티오더 역시 지난 3월 산업은행과 L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4월에는 노앤파트너스가 티오더에 170억원을 투자하면서 티오더는 시리즈B 투자금액으로 300억원을 유치하게 됐다. 티오더는 이번 자금 유치로 기업 가치를 3000억원 수준까지 인정받았다.
조리로봇을 개발하는 로봇 치킨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지난 1월 프리시리즈A에서 1200만 달러(약 161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에니아이는 다운타우너와 바스버거, CJ프레시웨이 등 7개 브랜드에 햄버거 조리로봇 ‘알파 그릴’을 공급했고, 미국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 2곳과도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배달로봇으로 대표되는 실외로봇도 올해 본격 상용화를 예고했다. 실내로봇과 달리 현재까지 실증 중심의 서비스였지만 최근 관련 법안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유통·스타트업 업계에선 ‘인력의 로봇 대체’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한다. 서빙로봇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봇 시장이 성장했고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명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하고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로봇의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외식테크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의 높은 성장 잠재력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를 600조원, 세계시장 규모는 4경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푸드테크가 787조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압도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유통업계에선 일찌감치 로봇에 대해 관심을 쏟았다. 올해 초 CES에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 등 유통업계 오너 2·3세가 푸드테크 부스를 둘러봤다.
푸드테크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유통기업은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최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 식품코너에서 ‘판촉로봇’ 운영을 시작했다. 전국 7개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로봇이 조리하는 스마트 무인자판기 ‘출출박스 로봇셰프’를 도입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도 지난 2월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하고 한화의 로봇 전문 계열사 한화로보틱스와 협업해 식음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한화푸드테크는 최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선 교촌에프앤비가 지난해 1월 수도권 4개 매장에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지난해 10월부턴 두산로보틱스와 협약을 맺고 부산 등 전국 1300여 개 가맹점에 로봇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bhc도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2개 매장에 LG전자의 튀김로봇 ‘튀봇’을 도입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을 통해 안전, 위생, 품질 등을 갖추면서도 푸드테크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로봇을 렌털해도 인건비보다 저렴하고 소비자들에게도 로봇이 친숙해진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5년 이내에 푸드테크가 외식업을 넘어 한국의 넘버원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