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곧 정체성인 인도 문화에 세계도 극찬
명성 깎아먹는 편협한 이슬람 중심 사상도 여전
세계 인구 1위가 바뀌었다. 중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인구수로 주목받게 된 나라는 인도다. 인도는 인구가 많기만 한 게 아니라 평균 연령이 28세로 매우 젊다. 빈부 격차, 성차별 등 민감한 이슈에도 이 나라의 성장 행보에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인구가 젊고 많다는 것 외에 인도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라면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종교, 민족, 언어까지 각양각색이라 한 나라 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심지어 지역마다 외모도 조금씩 다르다. 공용어는 무려 22개에 달하고 사용되는 언어만 해도 1600여 개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인도 사람들끼리조차 영어로 대화하는 일이 많다.
언어만 1600개…인도를 가득 채운 ‘다양성’
인도 문화의 다양성은 대학가 일상에서도 발견된다. 벵갈루루 도시에 위치한 어느 대학에서는 천차만별인 학생들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평소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도록 한다. 대신 학교에 중요한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만큼은 각자의 전통의상을 입는 관습이 있다. 이런 방침은 대학 설립자가 처음부터 강조한 점이었다고 한다. 불필요한 차별이나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각자의 문화 정체성을 표현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타지마할이 아름다운 이유 또한 이 다양성의 산물이다. 타지마할은 인도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 영토를 일궜던 무굴 제국 시대에 지어졌다. 인도 건축술은 이 시기에 가히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슬람 중심의 폐쇄적인 종교 정책으로 호된 비판을 받는 무굴 제국이지만, 건축과 학문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유산을 만들었다. 인도, 페르시아, 그리고 아랍의 기술과 문화가 서로 뒤섞이고 융합된 덕분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타지마할은 멋진 건축물 짓기에 진심이었던 황제 샤자한이 총애하던 아내가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지은 무덤이다. 완벽한 좌우 대칭, 상감기법으로 장식된 기하학적인 패턴들에서는 이슬람 문화가 엿보이는 한편 연꽃 모티브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힌두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정원 설계에도 여러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양식을 일궈냈다.
‘핑크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에는 무굴 제국 말기에 만들어진 천문대가 있다. 둥글거나 네모난 창을 통해 밤하늘을 관측하는 건물 정도를 떠올렸다면 예상이 많이 빗나간 광경을 맞닥뜨리게 된다. 자이푸르의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는 5천 평이 넘는 넓은 대지에 20여 개 관측기구들이 세워져 있는 거대한 과학실이다. 무려 27m 높이의 해시계는 초 단위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다. 힌두교에서 발달한 수학을 바탕으로 아랍과 이슬람, 페르시아, 유럽에서 수입한 천문 관측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결과다.
잠재력 갉아먹는 뼈아픈 과오로의 역행
타지마할과 잔타르 만타르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명성을 깎아먹는데 한몫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무굴 제국의 편협한 이슬람 중심 사상이다. 이는 현재 국제 관계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아 있다.
인도는 종교로 인해 국가가 쪼개진 뼈아픈 역사도 있다. 1947년 영국 식민지 독립 과정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누어진 ‘인도의 분할(Partition of India)’이 그것이다. 분단된 나라들 간 위태로운 관계는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데 한 몫 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힌두 민족주의가 위세를 떨치며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다양성’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이유는 그것이 훨씬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 역사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인 성과들은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유산으로 남았다. 넓은 땅덩어리, 세계 최다 인구를 가졌으며 다양한 문화들을 인정하는 인도의 잠재력이 무섭고도 기대되는 이유다. 그 가능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현 인도 집권세력의 아집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