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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전면 등판했지만 ‘참패’ 충격
출장비‧광고비 등 비용 부담에 ‘속앓이’
“신시장 개척‧글로벌 인지도 확장” 호평도

‘119표 대 29표’라는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부산 엑스포’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참패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과 별개로, 재계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쓴 막대한 비용에 대한 청구서를 받아들까 속앓이 하는 분위기다.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는 모습 ⓒ 연합뉴스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는 모습 ⓒ 연합뉴스

엑스포 유치 ‘회비’만 300억원…韓재계, 천문학적 비용 부담

30일 재계에 따르면, 부산 엑스포 유치에 민간이 뛰어든 건 지난해 6월부터다.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한 국내 12대 주요 기업 인사들은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지난 1년6개월 동안 1645번의 회의를 열어 3000여 명의 해외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이 중 절반 이상의 회의에 주요 기업 총수나 CEO급이 직접 참석했다. 각 기업들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나눠 맡아 전담 마크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기업들은 엑스포 홍보에도 매진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은 대형 옥외광고나 버스 광고 등을 제작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부산 엑스포를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이 같은 홍보 활동 이면에도 비용이 뒤따랐다. 구체적인 비용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장비나 광고비 등은 모두 개별 기업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편성한 예산이 5000억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재계에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엑스포 유치 활동비 명목으로 개별 기업에 수백억원의 ‘회비’를 걷기도 했다. 삼성과 SK에 70억5000만원, 현대자동차에 47억원 등 10대 그룹에 부과된 특별회비만 311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의 경쟁에서 119표 대 29표라는 큰 차이로 밀리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 ⓒ 연합뉴스

엑스포 실패했지만 ‘청구서’는 그대로…“약속 지킨다”

유치 과정에서 기업이 각국에 약속한 각종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교섭 과정에서 다수 국가에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과 IT, 친환경 등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 전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부품 공장 확대 운영과 광물 자원 개발 등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국가 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 같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대한상의도 “유치 설득 과정에서 부산을 지지한 국가들에 약속한 것들을 선별해 이행할 것”이란 공식 입장을 냈다.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타국에 일종의 ‘당근책’을 제시하고자 편성한 내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만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보다 44% 늘린 규모다. 향후 관련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조 단위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기업들의 공식 입장은 긍정적이다. 천문학적 비용 문제와는 별개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강화와 네트워크 구축, 신사업 기회 확보 등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대한상의는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정부 또한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교섭 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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