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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50분 분량 녹취록 법정서 재생…검찰 vs 변호인, 정서학대 여부 공방
녹음파일 증거채택 여부 미확정…法 “부모 입장서 속상할 표현, 악감정 아닌 듯”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정서 학대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이 녹음된 파일 전체를 재생해 전후 사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9)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발언 녹취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정서 학대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인정된다고 본 반면, 교사 측은 훈육 과정의 일환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할 것인지 여부는 결론내지 않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4차 공판에서는 피고인이 지난해 9월 수업 도중 주씨 아들에게 한 발언 전체가 담긴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일부 내용 만으로는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A씨 발언 전체가 담긴 녹음 본에 대한 증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씨 부부는 지난해 등교하는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 A씨의 발언을 녹음했다. 이후 이들은 녹음파일에 근거해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검찰은 A씨와 주씨 양측 조사와 녹취록 분석 등을 통해 정서적 학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번 공판에서는 총 4시간 분량 녹취록 중 주군이 A씨에게 수업을 받고 귀가하기 전까지 상황이 담긴 2시간30분 가량 파일이 공개됐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주호민 인스타그램
웹툰 작가 주호민씨 ⓒ 주호민 인스타그램

피고인 "학대 아니고 일부는 혼잣말"…재판부 "들리니 문제"

녹취록에서 A씨는 주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했고, 뒤이어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못 간다고"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주군이 교재에 적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를 읽자 "너야 너. 버릇이 고약하다. 널 얘기하는 거야"라며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피해 아동이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수업이랑 관련 없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A씨의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변호인은 "친구들에게 못 간다고 한 부분은 피해 아동이 갑자기 '악악' 소리를 냈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돌발상황이 있어 제재한 뒤 왜 (주군이) 분리 조치된 건지 환기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고 한 것은 피해 아동이 과거 바지 내린 행동을 예로 들며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폐 성향이 있는 주군은 통합반에 있다가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하는 등 돌발행동을 한 뒤 특수학급으로 분리조치된 상황이었다.  

A씨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너 싫어'라고 말한 상황도 연음 이어 읽기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계속 잘못 읽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는데, 피고인은 (주군이) 잘했을 경우 '옳지' 이렇게 격려도 했다. 학대가 아니라 학업에 집중하라는 차원이었다"며 "문제가 된 표현 대부분은 피해 아동을 향해 한 말이 아니라 혼잣말이었다"고 강조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혼잣말이면 다 학대가 안 되는건지는 다른 문제"라며 "들리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녹취록에 담긴 A씨 발언 수위나 내용을 놓고 "법리적인 걸 떠나 듣는 부모 입장에서는 속상할 표현이긴 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게 악한 감정을 갖고 해코지를 하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중간중간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 문제삼는 것이고 동기는 훈육"이라며 "가르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집중이 안 되니 집중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檢, '쥐XX' 발언 감정 의뢰…공소장 변경 시사

검찰은 A씨가 주군을 '쥐XX'로 표현한 것으로 들리는 부분도 있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세 곳에 감정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감정 결과에 따라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은 "(검찰이 '쥐XX'가 들렸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사견이지만 3음절이 아니고 2음절"이라며 "녹취록에는 '청취불능'으로 나와 있다"고 맞섰다. 

공판에 출석한 A씨는 법정에서 녹취록이 재생되자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학부모나 특수학급 교사, 교육 관계자들은 때때로 탄식을 뱉기도 했다.  

핵심 쟁점이 된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는 이번 공판에서도 결론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9월 열린 3차 공판에서 "(녹음파일) 증거 인정 여부는 판결을 통해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녹음파일 증거 채택을 보류한 것은 해당 파일 형성 경위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주씨 부부가 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확보한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고, 교육계에서도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한 녹취록 증거 채택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상황이다. 

A씨의 다음 공판은 내달 18일 열린다. 5차 공판에선 A씨의 발언을 아동학대로 판단한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21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사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임태희 "너무 엄격한 잣대, 특수교육 어려워 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판에서 쟁점이 된 녹취록 내용을 언급하며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속상할 만한 일이지만 특수교사가 오랜 기간 교육을 하다보면 발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특수교사들이 교육하기가 어려워 진다"고 말했다. 

앞서 임 교육감은 주씨의 아동학대 혐의 신고로 직위해제된 A씨를 지난 8월 복직시켰다. 

임 교육감은 이번 논란이 특수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와 학생 상황, 교사들이 처한 교육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육감은 무엇보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정책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3년 간 인력 확대와 환경 개선 등을 골자로 한 '4대 영역, 11대 과제'를 집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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