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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서도 ‘靑 이전’에 풍수지리 참고…MB·DJ도 대선 앞두고 신경
尹의 ‘과학 기반’ 기조와는 모순…“국정사안 결정은 다른 문제” 지적도

왼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술인 천공 관련 손 피켓을 들고 발언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술인 천공 관련 손 피켓을 들고 발언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괴롭혔던 ‘무속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저 선정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 대신 풍수지리가인 백재권 교수가 후보지를 다녀갔던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 조언에 휘둘려 결정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른바 ‘명당’을 선별하는 학문인 풍수지리와 정치의 관계는 불가분(나눌 수가 없음)이었단 반박도 제기된다. 정치인들 중 풍수지리가에게 조언을 구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정치권 무속 논란

역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무속’이나 ‘풍수지리’에 관심을 많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역대 정권마다 제기돼온 ‘청와대(대통령실의 전신) 이전설’도 풍수지리가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통령들이 비극적으로 임기를 마치거나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와대 터가 문제”라는 풍문이 떠돌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관련해서도 풍수지리는 후보지 선정의 한 근거로 작용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의 자문위원이었던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2019년 집무실 이전 보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적에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속 논란’의 절정은 박근혜 정권 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까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관련한 ‘무속 의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최씨는 대통령 취임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갖고 있다는 ‘오방낭(오방색 주머니)’을 등장시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각종 무속 논란은 국정농단 사태로 커져 박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다. 대선 출마 과정에서도 무속과 풍수지리는 신경써야 할 요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을 준비하면서 풍수에 관심을 기울였던 일화가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준비용 사무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풍수지리 때문에 당초 결정을 뒤집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풍수지리는 종교가 무엇이든 신앙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995년 4번째 대권 도전을 앞두고 선친 묘소를 이장했다. 여기에 그는 당시 33년간 살았던 동교동에서 일산으로 자택도 이사했다. 이후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치권에선 한동안 풍수지리 돌풍이 불었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여러 정치적 목표 달성 등을 이유로 조상 묘를 여러 차례 이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내외도 백재권 교수를 만나 풍수지리적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권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 부부도, 김정숙 여사도 조언을 받은 풍수지리학 전문가를 ‘무속 프레임’에 억지로 결부시키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에도 여야 지도자건 대통령이건 의원이건 수시로 역술·무속인이나 풍수지리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다”며 “실제로 옆에서 목격하거나 주변 정치인들이 부추겨서 현혹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정치 지도자들과 교류하거나 정책 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주는 사례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무속 논란 사례가 특히 부각되는 이유로는 대통령이 강조해온 ‘과학 기반’ 기조와 모순되는 점이 꼽힌다. 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한 윤 대통령이, 비단 불리한 형국에서만 ‘전 정부도 그랬다’는 태도를 내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정책부터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까지 재차 ‘과학 기반’을 중시한다고 강조해왔다”며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이란 국정사안을 ‘비과학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정했다는 건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무속 논란’은 종교의 관점이 아닌 ‘후진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세가 투입되는 국정 운영에 비공무원·비선출직이 왜, 어떻게 참여했는지 등이 불투명했던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실을 옮기는 과정은 중대한 국정사안이다. 국민적 동의도 필요한 사안인 것”이라며 “그럼에도 김 여사의 측근 역술인이 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민 여론이나 경제 관리들의 냉정한 검토 평가 등 기준에 의해서 이뤄졌으면 국민들도 공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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