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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정근에게 10억원 건넨 사업가 박씨 “관봉권 5억원 사진 찍고 녹음...검찰에도 진술”

친노·친문·친명계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됐다(4월21일자 <[단독입수]친노·친문·친명 돈줄 적힌 ‘이정근 노트’...판도라 상자 열렸다> 기사 참조). 여기에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업가 박우식씨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각종 청탁의 대가로 박우식씨로부터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4월12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9억8000여만원이 추징되고 박씨에게 받은 명품도 몰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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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식씨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외에도 여러 정치인에게 ‘스폰(경제적 지원)’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노트에는 박씨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A(친문계 중진의원), B(친명계 재선의원), C(범친문계 재선의원) 등 5000만원 등 자금을 넣어줌”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한 “박우식이 이정근에게 100억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30장을 보여주며 ‘너는 이런 것도 못 받고 뭐 했냐’라는 식으로, D의원과 E를 통해 바꿨다며 카톡으로 보여줌”이라는 대목도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박우식씨로부터 2020년 2~12월 발전소 납품 사업 편의 제공,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태양광발전 사업 편의 제공, 인사 알선, 각종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3월29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노 의원의 장롱에서 3억원이 넘는 현금다발이 발견됐는데, 이 중에는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돈다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우식씨 역시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돈다발, 즉 ‘관봉권(官封券)’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박씨는 E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을 거론하며 “(F로부터 ‘E의원에게 주라’며) 한국은행 관봉권 5억원을 전달 받았다”고 털어놨다. 박우식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돈이야. 그게 무슨 돈이냐 하면, 조폐공사에서 바로 빼내온 돈이야. 조폐공사 돈이면 이게 한국은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조폐공사)에서 막 바로 나온 돈이야. 정상적인 돈이 아닌 거지”라면서 “(한국은행 관봉권을) 내 눈으로 직접 봤잖아. 19년(2019년) 10월에 내가 처음 실물을 본거지. 정말 내가 봐도 이상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 띠지는 조폐공사에서 만든 신권이 액수나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5만원권의 경우 5000만원을 한 다발로 묶고 이 돈다발 10개(5억원)를 비닐로 포장한다”면서 “기업도 아닌 개인에게 한국은행 띠지로 묶여있는 현금을 시중은행에서 인출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우식씨는 검찰도 이와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F가 나한테 (한국은행 관봉권 5억원을) 갖고 올 때 녹음을 다 했지. 또 그거(5억원 돈다발)를 사진으로 그대로 찍어놨다. F가 이런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면서 “검찰에 다 진술했다. ○○은행, 거기가면 찾아낼 수 있어”라고 말했다. 다만, 박씨는 “(5억원 수수와 관련해) E의원은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한 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만 했다. 한편, 박우식씨는 <[단독입수]친노·친문·친명 돈줄 적힌 ‘이정근 노트’...판도라 상자 열렸다> 기사가 나간 후 “이정근 노트는 80%가 허위”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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