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및 검찰 측 항고 기각
피해 자매 母, 딸들에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초등학생이던 자매 학원생 2명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악용해 약 11년 간 성폭행한 60대 학원장이 2심서도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선고 직후 피해자 모친은 딸들에게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는 입장을 전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형사1부(송석봉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 혐의를 받는 A(60)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검찰의 2심 구형량은 징역 30년이었다.
2심 재판부는 A씨 혐의에 대해 “성적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미성년 피해자들을 성적 착취 대상으로 삼았고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다만 A씨에게 전과가 없는 점, 유형력의 수준이 매우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을 변경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봤다.
이날 항소심 직후 피해자들의 모친 B씨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그간 재판에 임해온 심경을 밝혔다. B씨는 딸들을 향해 “살아 있어줘서 고맙고 용기내 줘서 고맙다”면서 “이제 강한 엄마가 돼 너희들을 지켜줄게. 이제 행복할 미래만 생각하고 일상을 살아가자. 그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밝혔다.
가해자 A씨를 향해선 “아이들의 기억과 내 기억으로 시작한 사건을 유죄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남의 자녀한테 함부로 한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2010년 당시 충남 천안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초등학생 자매 학원생인 C·D양을 수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2010년 4월 당시 9세였던 언니 C양에게 ‘수업 내용을 자세히 가르쳐 주겠다’면서 몸을 더듬은 것을 시작으로 중학생 때부턴 다수 성폭행한 혐의, 동생 D양이 자신의 학원에 나오기 시작한 2014년부터 강의실 등에서 강제추행 혹은 성폭행한 혐의, 주말 ‘1대1 강의’를 명목으로 자신의 집과 농장 등으로 불러내 성폭행한 혐의 등이다.
자매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모친 B씨의 건강 상태를 염려해 피해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은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엄마가 힘들게 보내준 학원인데 내가 말을 안들으면 A씨가 질문을 안 받아주고 무시해 공부에 도움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했고, 체벌도 무서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모친 B씨는 사건의 발단에 대해 “둘째아이와 말다툼이 있었고, 감정이 격해진 딸아이가 툭 던진 말로 이 엄청난 사건이 시작돼 오늘로서 1년이 됐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지난 2월22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하며 “(A씨는) 2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원생들을 장기간 성적으로 유린하고도 ‘동의가 있었다’, ‘합의했다’ 등 변명으로 일관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날 A씨 변호인은 “위력에 대해 잘못 이해해 과거 무리한 주장을 했지만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는 취지”라면서 선처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