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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력·무기·재정 고갈로 이어져 타격 클 듯 
국제유가 안정세도 러시아엔 악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2월24일로 이미 개전 1년을 맞은 이 전쟁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이다. 러시아는 점령지 확대를 노리고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으며, 양측 모두 사상자가 급증하고, 특히 포탄과 로켓을 비롯한 실탄과 무기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100년 전의 제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지리한 참호전까지 벌어져 장기전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국 싱크탱크들도 한결같이 장기전을 우려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그간의 행태로 볼 때 푸틴은 초지일관 집요하게 서구에 대항하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에 두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5월 이후 양측 간 협상이 중단되고 1000km에 이르는 긴 전선에서 전투가 계속돼 왔다”며 “핵무기 사용과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간 직접적인 무력충돌, 전쟁 장기화, 점령지 통제, 종전 방식 등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2월25일 우크라이나군이 히르키바레의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방 제재에도 “지금까진 잘 버텼다” 평가

군사적으로 러시아가 장기전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전 이래 계속된 작전 실패와 이를 통해 드러난 전력의 열악함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북부와 동부, 남부의 3개 전선에서 동시에 공격했다. 이러한 ‘동시 전략’은 통상 상대보다 전력이 절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는 경우 신속한 결전을 위해 구사한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 섬멸전을 의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월한 전력을 앞세워 단시간에 전격전으로 상대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해 항복을 받거나 전역을 점령해 승리를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예상외로 치열하게 저항하고, 서방이 지원한 대전차·대공 무기가 위력을 보인 데다, 보급이 원활하지 못해 전쟁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 그 결과 단기 섬멸전 대신 서서히 우크라이나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장기 소모전으로 전쟁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군은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민간 지역, 특히 발전이나 수도 시설 등 물리적 자원을 미사일 등으로 파괴해 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나 국민의 심리적 저항 의지를 약화시켜 승전이나 유리한 협상 조건을 노리는 고갈전에 해당한다.  문제는 러시아가 소모전과 고갈전을 계속하려면 인적·물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전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러시아의 경제적 여력이 특히 주목된다. 유럽이사회(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전쟁 비용 마련을 제한하는 경제제재가 효과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와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2.2%와 0.3%로, 세계은행(WB)은 –3.5%와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9%와 –5.6%로 각각 추정·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는 특히 전체 수출의 60%와 정부 예산의 45%를 차지해온 석유·가스 교역이 줄어들면서 연방정부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영국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에서 투자 기근 현상이 발생하고, 테크 분야가 (반도체 등의) 수입 규제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석유·가스·석탄·목재·금속·광물 등 수출 의존 부문이 고통을 받고 있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잠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내에선 서방의 경제제재에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1월3일 “러시아가 2022년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 놀라운 복원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2022년 경제성장률을 서방 전망치보다 양호한 –3%로 예상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2.5%로 선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2023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영국이나 독일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월22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사비, GDP의 5%…소련 붕괴 이후 최고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에너지와 곡물 수출국이라는 사실이다. 물가가 좀 오르고, 오리지널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구하거나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을 제외하면 식품과 연료 공급이 원활하다 보니 대중은 아직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러시아가 할인해 파는 원유를 대거 사들였다. EU와 나토 회원국이지만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해 왔다. 윌슨센터에 따르면 에너지 확보가 시급한 서방은 러시아산 가스 도입을 완전히 막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도 러시아를 도왔다. 전쟁에 더해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다른 산유국의 국제유가 카르텔인 ‘OPEC+’는 2022년 감산 또는 증산을 억제해 고유가를 유지했다. 개전 직후인 지난해 3월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2022년 1~11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은 16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서방이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지 않은 결과 러시아 본토는 전쟁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비영리재단 ‘헤이그 평화 프로젝트’가 인권 침해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인도적인 입장에서 식품·농업·보건·의약 부문을 러시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러시아의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후반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해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11월 66.5달러에서 12월 50.5달러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평균은 76.1달러였다. 윌슨센터는 2022년 50달러 선을 유지한다고 해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군사비 부담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를 군사비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여서 정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장기전이나 지연전은 약한 상대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흔히 쓰는 군사 전략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푸틴이 장기전을 고집할 경우 러시아는 결국 병력과 무기, 국가 재정 고갈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장기전은 어느 쪽에도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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