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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예인들 性的 표현으로 잇단 논란…시대 변화 제대로 인지해야

그동안 방송가에서 남성은 절대로 해선 안 되지만, 여성은 비교적 괜찮았던 게 있다. 바로 이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나 성적 표현이다.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묘사하면 즉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여성의 몸매를 손으로 그린다거나, 가슴에 대해 묘사하면 큰일 난다. 여성의 몸매나 가슴에 대해 약간의 관심 정도만 표명해도 질타를 받고, 남성의 시선이 여성 가슴으로 향한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논란이 일어난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성 연예인에게 어떤 욕망을 표출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당연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반면 여성은 비교적 자유롭게 남성에 대한 표현들을 할 수 있었다. 남성의 몸통, 가슴, 엉덩이 등에 대해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었고, 남성의 벗은 가슴을 응시하면서 그에 대한 욕망을 표출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과거 MBC 《세바퀴》에선 여성들이 젊은 남성의 몸에 대해 노골적으로 욕망을 표출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왔다. 거기선 여성들이 남성으로 하여금 옷을 들어올리게 해 맨몸을 보기도 했고, 심지어 몸을 직접 손으로 만지기도 했다. 여성이 자신보다 어린 남성 연예인에게 ‘들이대는’ 것도 괜찮았다.  오히려 여성의 성적 표현이 찬사를 받기도 했다. 당당한 자기표현이라는 것이다. 과거 여성이 성적으로 억압당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다. 그래서 조신하지 않게 욕망을 표현하는 여성이 ‘걸크러시’라며 앞서가는 신여성 대우를 받았다. 여성과 남성이 전혀 다른 조건에서 방송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진다. 누구든, 누구를 향해서든 성적 대상화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남녀 성별을 떠나 성인지 감수성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강화됐다. 여성의 언행이라고 해서 더 이상 괜찮지 않다. 
방송인 이경실(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월17일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스페셜 DJ로 출연해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제훈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bs 컬투쇼 유튜브 캡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고발당한 이경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는 여성 연예인이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요즘엔 경력 37년 차 베테랑 방송인이라는 이경실이 방송 중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한 연세대 학생이 이경실을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발했다고 알려졌다. 그 학생은 “이경실을 성범죄자로 만들고 고발 후기를 올리겠다”면서 “라디오라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함으로써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SBS 《모범택시2》가 시작되면서 주연배우인 이제훈과 표예진이 홍보차 출연했고 이경실이 스페셜 DJ로 나왔다. 대화 도중 《모범택시2》에 등장한 이제훈의 근육질 상체 이미지가 화제에 올랐다. 그때 이경실이 “가슴과 가슴 사이 골 파인 거 보이냐. 저런 골에는 물을 떨어뜨려 밑에서 받아먹지 않냐. 그게 바로 약수다”라며 “그냥 정수가 된다. 목젖에서부터 정수가 돼 우리가 받아먹으면 약수”라고 했다.  바로 이 부분이 이제훈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고발이 이루어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여러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만약 이경실과 같은 연령대의 남성이 드라마 젊은 여주인공의 사진을 보면서 ‘가슴골로 물을 흘려 받아먹으면 약수’라고 말했으면 즉시 퇴출됐을 것이다. 이경실은 과거 《세바퀴》 때의 예능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37년 차 베테랑 방송인이 시대 변화에 너무 무신경했다.  과거 박나래의 인형 논란도 있었다. 박나래가 유튜브 방송에서 남성 인형에게 《암스트롱맨》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인형 팔을 사타구니 쪽으로 밀어넣는 등 성적인 행동을 했다. 만약 유명 남성 연예인이 여성 인형에게 동일한 행동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엄청난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박나래도 논란에 휩싸였고 그때도 성희롱 고발이 이뤄졌었다.   

과거부터 이어진 논란들 

러블리즈 멤버 미주는 웹 예능에서 남대생에게 “너 여자 친구 있었어? 어디까지 갔어, 여자친구랑?”이라고 물은 뒤 “끝까지 갔겠지”라고 단정했다. 사귄 지 200일 됐다고 하자 “무조건이네”라고 하더니, 남대생이 아니라고 하자 “웃기지 마, 너 남자 맞아?”라며 남대생의 아래쪽을 쳐다봤다. 남성 아이돌이 여대생에게 똑같이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김민아는 남중생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엄청 에너지가 많을 시기인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 푸냐”고 물었다. 학생이 말없이 웃자, “왜 웃냐?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냐”고 했다. 학생이 “집에 있으면 엄마가 잘 안 계셔서 좋다”고 하자 김민아는 “그럼 집에 혼자 있을 때 뭐 하냐”고 하며 음흉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이 역시 논란이 됐다. 만약 남성 연예인이 여중생에게 이렇게 했다면?  과거 한 여성 방송인은 토크쇼에서 옆에 앉은 연하의 남성 가수에게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 “어리고 순수하게 보이는데 키스 실력이 궁금하다”고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나는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는데 우리 사회가 여성의 욕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명해 더욱 질타를 받았다. 이미 이런 사건들이 있었는데도 이경실이 또 과거 관행대로 방송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여성과 남성에게 별도로 적용되는 이중 잣대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젠 누구든, 누구를 향해서든 함부로 성적 표현을 하면 안 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인지해야 여성 연예인이 논란에 휩싸이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런 문제를 공론장 논의가 아닌 고발로 해결하려는 쪽도 과도하다. 박나래 인형 사건 때 무혐의가 나왔고 이번 이경실 고발도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런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런 사안은 공론장에서 비판하고 논의할 일이지 경찰에 신고할 일은 아니다. 이런 게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그만큼 극심하다는 뜻이어서 씁쓸하다. 이번에 고발자는 “이경실을 성범죄자로 만들고 고발 후기를 올리겠다”고까지 했는데 이런 대결적인 자세는 우리 공동체를 더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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