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훈 저격수’ 자처한 김의겸에 내부서도 ‘자충수’ 지적
‘윤석열 킹메이커’ 소리 들은 추미애 전철 밟나

“김의겸은 한동훈의 킹메이커 같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떠도는 말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적극적인 공세가 오히려 한 장관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자조다. 실제 빅데이터상 ‘김의겸’의 연관어는 ‘한동훈’일 정도로, 김 의원은 ‘한동훈 저격수’를 자처한 모습이다.

김 의원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린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렬 대치 구도를 주도한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몸집을 키우고 대권 가도를 열어줬다. “김 의원이 추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은 지난 24일 사실상 종료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 시사저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은 지난 24일 사실상 종료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 시사저널

“김의겸, 한동훈 잡으려다 자충수 빠졌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의 칼날은 한 장관을 향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선 한 장관의 7월 미국 출장을 문제 삼으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했고, 24일 법사위 국감에선 청담동 유흥주점에서의 단체 음주가무 의혹을 제기했다.

빅데이터상으로도 김 의원의 공세 타깃은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부터 10월25일까지 4주간 SNS에서 ‘김의겸’과 함께 언급된 키워드로는 ‘한동훈’이 2만여 건으로 압도적이다.

김 의원의 공세는 먹혀들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두 가지 의혹 모두에 대해 야권 내부에서도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표적 수사 의혹의 경우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대북 코인 게이트’를 스스로 언급해 “내부고발자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 청담동 유흥 의혹의 경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기자 출신인데도 크로스 체킹을 제대로 하지 않아 김 의원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내부에서도 김 의원에 대한 우려가 읽힌다. 친이재명계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한겨레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김 의원인데 청담동 의혹 제기는 기본적 사실 관계도 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이다. 한 장관을 잡고 가겠다는 김 의원의 의욕이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도 “어설픈 의혹 제기는 안 하느니만 못한데, 역공당할 여지를 줬다”고 비판했다. 

민심의 반응도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의겸’에 대한 SNS상 감성어를 분석해보면 ‘개망신’(1237건), ‘허위사실’(794건), ‘부끄럽다’(730건)가 상위권이다. ‘잘하다’(563건) 등 긍정어는 하위권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김 의원의 말 대로면 ‘대북 코인 게이트’ 자체가 어마어마한 사건이 된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뚜렷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김 의원이)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2020년12월22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의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근조화환과 윤 총장 응원 입간판이 줄지어 선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2020년12월22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의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근조화환과 윤 총장 응원 입간판이 줄지어 선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김의겸은 ‘남자 추미애’…한동훈 킹메이커 될라”

정치권 일각에서 김 의원은 ‘남자 추미애’ 또는 ‘제2의 추미애’라고도 불린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당시 총장과 검찰개혁 문제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인사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선 추 전 장관에 행보가 호응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윤 총장에게 ‘희생자’ 프레임을 씌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을 반정권 인사의 아이콘으로 키워준 당사자라는 비판이다. 추 전 장관은 ‘국민의힘의 복덩이’ ‘윤석열 킹메이커’라고도 불렸다. 김 의원의 별명은 그와 한 장관의 관계가 추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와 닮아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김 의원이 ‘제2의 추미애’로 불리면서도 한 장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쥐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야권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게 주효한 분석이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한 사전 포석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과거 전북 군산 지역구 출마를 타진한 바 있다. 진보 색채가 강한 곳인 만큼, 사전에 당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 의원에 대한 지지층의 평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추 전 장관도 당시에는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투사’로 불렸지만, 윤 대통령 집권 이후엔 스피커로서의 존재감까지 잃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 정철승 변호사에게 “민주당은 나를 검찰개혁 지뢰밭에 보내놓고 옆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더라”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역시 한 장관이 대권 후보로서 존재감을 굳힌다면 정치적 입지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미 한 장관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한 장관을 때릴수록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김 의원의 인기는 높아지겠지만 그럴수록 한 장관의 몸값만 올라가게 되어 있다. 자살골 넣는 짓을 왜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은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지지자들이 보낸 축하 화환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8월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지지자들이 보낸 축하 화환을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