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톡옵션 논란에 주가 급락…먹통 사태로 다시 ‘밉상주’ 전락

삼성전자와 비견되는 국민주로 자리를 잡았던 카카오가 사상 초유의 먹통 대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먹통 대란의 책임을 지고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사퇴하면서 향후 카카오의 사업전략 및 불확실성 역시 한층 늘어났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지금 국민주로서 위상을 되찾느냐 아니면 미운털 주식으로 남느냐 하는 중대 갈림길에 서있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14일 코스닥 상장사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통해 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존속법인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고 피합병법인은 카카오였지만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방식이었다. 합병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9885억원, 카카오는 3조1351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주당 합병비율은 1대1.5555137이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10월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카카오, 카카오 계열사 네 종목 시초가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7∼8%대 급락했다.ⓒ연합뉴스

6년간 ‘지지부진’했던 카카오 상장 역사

카카오의 국내 증시 입성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의 화려한 복귀식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1998년 남궁훈 대표 등과 함께 한게임을 만들었던 창업자다. 그는 2000년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컴과 합병해 NHN을 출범시켰고 네이버는 국내 최고 포털로 등극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의견 차이로 김 의장은 2008년 NHN을 나왔다. 미국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카카오톡을 들고 IT업계로 돌아왔다. 합병상장 이후 카카오 주가는 기대와 달랐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6년 가까이 10만원대 중반에서 횡보를 지속했다. 2017년 7월10일에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이 기간에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게임사들이 2015년 카카오톡 대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직접 게임 출시로 선회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고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박근혜 정부와도 갈등을 빚었다. 카카오는 2015년 9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출신 임지훈 대표가 취임하면서 경영 방향을 인수합병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2016년 1조9000억원을 들여 SK텔레콤으로부터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카카오M으로 재출범했다. 이후 2018년 카카오는 카카오M을 흡수합병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은 카카오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압박받았던 이미지 덕분에 카카오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적지 않은 혜택을 얻었다. 카카오뱅크 출범이나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인수 같은 은산분리, 금산분리 예외 특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금융산업을 겸업할 수 있게 되고 각종 규제도 풀리면서 고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증시 랠리는 카카오가 국민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으로 성장주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카카오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성장주로 등극했다. 카카오 주가는 1년 넘게 랠리를 지속했다. 2021년 4월에는 5대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그해 7월 주가가 80만원(액면분할 후 기준 16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쟁사인 네이버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추월했고 3분기에는 매출도 역전했다. 카카오는 이 시기에 공모주 열풍을 타고 자회사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021년 8월과 11월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상장했다. IPO 공모마다 흥행하며 카카오는 단숨에 국민주 반열에 등극했다. 수백만 명의 국민이 카카오와 계열사 주주가 됐다. 6월말 기준 카카오 소액주주는 204만 명이 넘는다. 카카오 왕국의 그늘은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류영준 전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한 지 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행사가 5000원인 스톡옵션을 행사해 878억원의 차익을 현금화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고 경영진의 사퇴로 이어졌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임원들 역시 수백억원의 차익을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 및 계열사 주가마저 올해 들어 크게 하락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부작용 때문이었다. 12만원을 넘던 카카오 주가는 이달 들어 4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하락 폭은 더욱 극심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고점 대비 7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카카오와 계열사 주가 급락은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민의 주머니를 한층 얇게 만들었다.
10월18일 판교 카카오아지트의 모습.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의 화재로 카카오톡등 여러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시사저널 이종현

부정적 전망 쏟아지는 카카오의 미래는?

먹통 대란 직전에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먹통 대란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향후 카카오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17일 카카오 먹통 대란에 대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면서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시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카카오에 대한 규제 강화가 카카오 성장성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일 플랫폼 사업자가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를 독과점하고 있어 피해 영역이 상당히 넓었다는 점에서 집중화 리스크가 부각됐다”면서 “플랫폼 산업 전반의 독과점 폐해가 거론되며 전방위적 규제 압박이 커진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서비스 장애 및 재난 방지 시스템 미비는 그동안 기초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는 성장에만 집중한 사업 운영의 단면을 드러낸다”면서 “이번 사태의 실적 영향은 매출 100억원 정도로 제한적이지만 기본적인 서비스 안정성부터 구축해야 하기에 당분간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