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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탄핵’ 놓고 野 내부 이견…與 일각서도 ‘경계’

여권의 지도부 내홍이 장기화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얘기다. 한 장관은 추석 연휴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상위권에 들었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실점을 거듭하는 동안 윤석열 정부의 사정정국을 주도하며 입지를 굳힌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야권의 공세 수위도 높아졌다. 야권은 한 장관에 일찌감치 ‘무능’ 꼬리표를 달고 탄핵 카드를 저울질 중이다. 이에 대항한 여권의 공식 입장은 ‘엄호’에 가깝지만, 일각에선 ‘견제’의 기류도 읽힌다. 한 장관이 몸집을 키울수록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때릴수록 커진다”…‘차기 대권’ 입지 굳히는 한동훈

한 장관은 지난 5월 장관 취임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지난 12일 발표된 넥스트리서치(SBS 의뢰, 8~9일, 1004명 대상) 조사에서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적합도 조사에서 21.7%를 얻어 오세훈 시장(26.4%) 뒤를 이었다.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8월30일~9월1일, 1000명 대상)에선 여야 인사들을 통틀어 2위(9%)에 오르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 장관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혀가는 배경엔 국민의힘의 내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여권은 2달 넘게 지도부 공백 사태를 거듭하는 처지다. 그 사이 한 장관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등 대야 공세 전면에 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구심점을 잃은 사이,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를 추진하면서 입지를 굳힌 셈이다.

자연스레 한 장관은 야권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고심하는 배경이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나 김용민 의원 등 야권의 스피커들은 한 장관 탄핵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이 위헌이라는 게 탄핵 추진의 주요 이유다. 169석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 한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까지 처리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1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野는 물론 與도 한동훈 ‘견제’ 움직임

그러나 야권에선 ‘때릴수록 커진다’는 것을 우려하는 기류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례도 언급된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장관과 대립하면서 대선주자로서 몸집은 키운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이 윤 정부의 명실상부한 ‘오른팔’로서 입지를 굳히는 와중에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기국회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변수다. 그동안의 전례를 살펴볼 때, 이번 국감에서 한 장관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충돌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체적인 평가는 야권의 완패다. ‘한국3M’을 한 장관의 딸로 오해하는가하면 ‘이모(이 아무개)’를 ‘이모(엄마의 동생)’로 오인하는 등 실점을 거듭해서다. 자칫하면 한 장관이 다시 한 번 ‘스타 장관’으로 발돋움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의 평가는 어떨까. 시사저널이 만난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한 장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마냥 호의적이진 않았다. 한 장관이 존재감을 굳힐수록 윤 대통령의 ‘검통령(검사+대통령)’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데다 야권과의 협치 가능성이 멀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설수록 야권에 실점이 쌓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론이 특정 장관으로 쏠리는 것은 정부여당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한 장관의 ‘정치권 등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이 당에 합류할 경우 차기 당권‧대권 주자들 간 권력다툼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한 장관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받을 텐데, 이 경우 당에서 착실히 입지를 쌓아온 인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지 않겠나”면서 “(한 장관은) 견제를 한 몸에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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