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탄핵’ 놓고 野 내부 이견…與 일각서도 ‘경계’
여권의 지도부 내홍이 장기화할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얘기다. 한 장관은 추석 연휴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상위권에 들었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실점을 거듭하는 동안 윤석열 정부의 사정정국을 주도하며 입지를 굳힌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야권의 공세 수위도 높아졌다. 야권은 한 장관에 일찌감치 ‘무능’ 꼬리표를 달고 탄핵 카드를 저울질 중이다. 이에 대항한 여권의 공식 입장은 ‘엄호’에 가깝지만, 일각에선 ‘견제’의 기류도 읽힌다. 한 장관이 몸집을 키울수록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때릴수록 커진다”…‘차기 대권’ 입지 굳히는 한동훈
한 장관은 지난 5월 장관 취임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지난 12일 발표된 넥스트리서치(SBS 의뢰, 8~9일, 1004명 대상) 조사에서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적합도 조사에서 21.7%를 얻어 오세훈 시장(26.4%) 뒤를 이었다.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8월30일~9월1일, 1000명 대상)에선 여야 인사들을 통틀어 2위(9%)에 오르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 장관이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혀가는 배경엔 국민의힘의 내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여권은 2달 넘게 지도부 공백 사태를 거듭하는 처지다. 그 사이 한 장관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등 대야 공세 전면에 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구심점을 잃은 사이,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개혁 과제를 추진하면서 입지를 굳힌 셈이다.
자연스레 한 장관은 야권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민주당이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고심하는 배경이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나 김용민 의원 등 야권의 스피커들은 한 장관 탄핵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한 장관의 시행령 개정이 위헌이라는 게 탄핵 추진의 주요 이유다. 169석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단독으로 한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까지 처리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1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이 필요하다.
野는 물론 與도 한동훈 ‘견제’ 움직임
그러나 야권에선 ‘때릴수록 커진다’는 것을 우려하는 기류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례도 언급된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장관과 대립하면서 대선주자로서 몸집은 키운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이 윤 정부의 명실상부한 ‘오른팔’로서 입지를 굳히는 와중에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기국회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변수다. 그동안의 전례를 살펴볼 때, 이번 국감에서 한 장관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충돌할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체적인 평가는 야권의 완패다. ‘한국3M’을 한 장관의 딸로 오해하는가하면 ‘이모(이 아무개)’를 ‘이모(엄마의 동생)’로 오인하는 등 실점을 거듭해서다. 자칫하면 한 장관이 다시 한 번 ‘스타 장관’으로 발돋움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권의 평가는 어떨까. 시사저널이 만난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한 장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마냥 호의적이진 않았다. 한 장관이 존재감을 굳힐수록 윤 대통령의 ‘검통령(검사+대통령)’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데다 야권과의 협치 가능성이 멀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설수록 야권에 실점이 쌓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론이 특정 장관으로 쏠리는 것은 정부여당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한 장관의 ‘정치권 등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이 당에 합류할 경우 차기 당권‧대권 주자들 간 권력다툼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한 장관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받을 텐데, 이 경우 당에서 착실히 입지를 쌓아온 인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지 않겠나”면서 “(한 장관은) 견제를 한 몸에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