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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글쓰기》ㅣ최보기 지음ㅣ더봄 펴냄ㅣ312쪽ㅣ18,000원

공무원은 오직 문서로 말한다. 문서의 기본은 글쓰기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공기업 실무자가 작성하는 보고서, 방침서, 사업계획서 등 모든 문서에는 수십 년 동안 정제돼온 ‘고유 언어와 틀’이 있다. 젊은 직원들이 이 틀과 언어에 갇히는 것은 오랜 관행에 익숙한 선배들의 고정관념을 깨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과 선생은 많지만 공무원에게 특화된 책과 선생이 없는 이유다.

《공무원 글쓰기》는 오랫동안 잘 정제돼온 그 틀과 언어를 굳이 깨지 않으면서도 과거보다 훨씬 일목요연한 문서 작성과 장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물론, 글쓰기 실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25년 동안 줄기차게 썼던 보도 자료와 북칼럼(서평)으로 내공이 붙었다. 그러나 공무원 문장은 대단히 반복적인데다 표준화(?) 돼있어 짧은 기간에 현재보다 훨씬 간결명료한 문서작성과 글쓰기 개선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공무원에게 글쓰기를 말하면 복잡한 맞춤법, 띄어쓰기 때문에 지레 손사래를 쳤다. 이제 그럴 필요 없다. 공무원은 소설가도 기자도 아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법칙은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의 맞춤법 기능만 잘 익혀도 충분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같이 일한 공무원들에게 글쓰기라면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는 공무원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어렵고, 완전정복은 불가능하다고.

《공무원 글쓰기》는 오랜 글쓰기로 정리된 ‘삼도(三道) 사기(四基) 육법(六法)’을 중심으로 16개 법칙을 제시한다. 현직 공무원들이 실제 작성한 보고서, 기획안, 방침서, 제안서 등 각종 문서에 쓰인 2~4줄짜리 단문과 언론 기고문, 연설문, 인사말, SNS 게시문 등 장문을 사례로 가져와 글쓰기 법칙에 맞게 고친 후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보도 자료 작성법, 얼개 짜는 법, 산문〮칼럼 쓰기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장문 글쓰기 방법도 다루고 있다. 현직 공무원이 쓴 만큼 ‘교통환경 개선을 추진 하고자 함’을 ‘교통환경 개선 추진’으로 교정 후 그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다루는 내용이 모두 실무적, 구체적이다.

추천글을 쓴 김의승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공무원이 생산하는 문서는 권한과 책임에 따라 보고 받고, 결재하는 상급자와 국민 이해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보고·결재는 간결, 명확한 문장이 좋고, 국민 이해는 언어가 쉬울수록 좋다. 쉬우면서 간결, 명확한 문장 구사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공무원에게 그런 능력이 필히 요구되는 이유는 그가 쓰는 단어와 문장마다 수많은 국민의 각기 다른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론, 본론, 결론이 간결하고 명쾌한 문서는 관련자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시킴으로써 사람과 정책에 대한 상호 신뢰를 높여준다. 《공무원 글쓰기》 일독을 권하며, 특별히 추천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사)한글문화연대에서 작업한 <어려운 외국어 대체 우리말 목록>과 <서울시 행정용어 순화어 목록>이 부록으로 추가됐다. 서평을 쓴 필자와 책을 쓴 저자가 동명일인, 같은 사람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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