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수면 시간과 질이 적절한지 확인부터 해야…밤잠 7시간 이상 필요
이탈리아·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는 점심 이후 일정 시간 낮잠을 취하는 시에스타라는 문화가 있다. 스페인은 오후 1~4시, 그리스는 오후 2~4시, 이탈리아는 오후 1시~3시30분까지 시에스타를 즐긴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대다수 상점은 물론 관공서도 문을 닫으며, 직원들은 낮잠을 청한다.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다른 나라와 업무시간에 차이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어 최근 시에스타가 폐지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시에스타 같은 짧은 낮잠을 즐기면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근 세계 13개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세계인의 55%가 수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한국인은 41%만이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해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 주말은 7.7시간이지만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7시간, 주말은 7.4시간으로 한국인이 세계인에 비해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
매일 낮 12~2시 사이에 20분 정도가 좋아
낮잠을 자면 피로감이 줄어들고 기분이 나아지며 업무능률이 올라가는 등 이점이 생긴다. 또한 졸음운전을 막아주고 야근에 대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낮잠을 길게 자면 당뇨병·심장질환·우울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수면장애가 있거나 밤에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탓에 한낮 졸음이 오기 때문에, 낮잠보다는 야간 수면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낮잠을 길게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 날 낮에 또 졸리고 피로한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낮에 자꾸 졸리다면 야간 수면 시간과 질이 적절한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잔다면 수면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 동안 자지만 푹 자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매일 자정 전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오후에 커피나 녹차나 음주를 피하며, 침대에선 TV와 스마트폰을 꺼놓아야 한다. 또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침실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며 실내온도가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야간 수면에 문제가 없는데도 낮에 졸리고 피로하다면 낮잠이 좋은가 나쁜가를 따지는 것보다는 낮잠을 현명하게 잘 자는 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낮잠은 낮 12~2시 사이에 매일 같은 시간에 20분 정도 자는 것이 가장 좋다. 늦은 오후에 낮잠을 자면 밤에 잠드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으며, 긴 낮잠을 자면 잠이 덜 깨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중추 생체시계는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데 낮잠을 너무 길게 자면 이 생체시계가 교란되어 잠을 깊게 자지 못하게 된다. 또한 조용하고 실내온도가 적정하며 아늑해 방해받지 않고 푹 잘 수 있는 공간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직장에 낮잠을 잘 적절한 장소가 없고 낮잠이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외국의 한 IT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위한 낮잠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도 직원 복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짧고 단 낮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