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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검사 윤석열’ 혹독한 검증 예고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뒤집어 보면 檢 실체 보여
① ‘검찰총장 윤석열’의 그림자
‘정치인 윤석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검찰총장 윤석열’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반문’의 확실한 아이콘이자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투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런 그가 지금 대박을 친 메시지 또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는 간명하면서도 또렷한 메시지다. 검증의 시작은 뒤집어보기다. 국민들은 검찰이 그동안 부패 척결을 잘해 왔다고 믿을까? 한 통계가 있다. 검찰 내 최정예로 평가받던 대검 중수부가 2008~12년 기소한 사건의 1심 평균 무죄율은 9.6%다. 일반사건 1심 무죄율 0.36%보다 26.7배가 높다. 2심 무죄율은 16.5%, 대법원에서의 무죄율은 24.1%로 증가한다. 4건 중 1건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이 “쿨하게 사건을 처리했다”는 바로 그 시기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사과에도 인색했다. 문무일 전 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등에게 사과한 것과 비교된다. 윤 전 총장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엇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일까. 반면 윤 전 총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한 ‘검사 술접대 의혹’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처리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검사 윤석열’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이제 검증받게 될 것이다.② ‘검찰 개혁인가’ ‘기득권 지키기’인가
윤 전 총장의 정치력은 상당하다. 간명한 메시지와 일정(대구 방문), 기획력(인터뷰 내용), 타이밍(사퇴 시기) 등으로 그 수준을 뽐냈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정치력은 그가 판을 짠 프레임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란 메시지로 어떤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는 어떻게 사퇴 후 바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차기 대선주자가 됐을까. ‘검수완박’에 항의했기 때문일까. 살아 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섰기 때문일까. 지금은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다. 그는 이 둘 사이에 검찰의 수사권을 끼워 넣었다. 검찰의 수사권이 있어야만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다는 서사다. 여론이 차츰 이 둘을 분리해서 보게 될 때 지금의 이슈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민은 정말 검찰 개혁에 반대할까. 국민은 오랜 시간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상징되는 검찰 개혁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검찰 개혁’과 ‘기득권 지키기’라는 구조로 프레임이 다시 짜일 때 ‘정치인 윤석열’의 이미지는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③ 결과를 내지 못한 상징
그는 ‘검수완박’을 막고자 사퇴했다. 중수청 도입을 막겠다는 배수의 진이었다. ‘정치인 윤석열’의 출사표이자 명분이다. 지금은 중수청에 대한 여론이 실제 좋지 않다. 막아낸 인물이 바로 윤 전 총장이다. 이런 점이 지금의 지지율에 반영돼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 국회는 여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중수처 입법은 언제든 통과될 수 있다. 민심이 관건이다. 만약 여론이 움직여 실제 중수처 설치가 현실화되면 윤 전 총장은 검찰 입장에서는 정작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나간 인물이 될 수 있다. 정치에서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내고 막아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척이나 큰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