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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입양 편견’ 핑계로 어린이집 등원 거부 “편견 있는 외부에 아이 노출하기 싫었다”
입양기관은 학대 증거 발견하고도 소극적 대응으로 정인양 방치해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의 양모가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방패삼아 외부 기관에 학대 정황을 숨기려 한 것으로 재판을 통해 밝혀졌다. 입양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입양기관 측에서도 당시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증거를 발견했으나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인양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지난 17일 해당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7월부터 정인이가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며 "장씨(양모)에게 이유를 묻자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싫어서'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인이를 차에 5분 정도 두고 큰아이 학원을 데려다줬는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고 했다"며 "입양가정에 선입견을 품은 외부에 아이를 노출하는 게 싫어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정인양으로부터 학대로 의심되는 상처를 수차례 목격하고 아이 상태를 계속 확인하고자 장씨에게 정인양의 등원을 권고했지만, 장씨는 그때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등원을 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정인양은 이후 몸의 상처가 더 악화된 상태로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양모 장씨가 정인이를 숨기며 학대를 이어가는 동안, 입양기관은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도 양부모의 말을 믿은 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홀트아동복지회 직원 B씨는 "지난해 7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으로부터 정인양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당시 아보전은 공동 가정방문을 요청했으나 B씨는 양모 쪽에서 불편해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시 혼자서 정인양의 집을 방문한 B씨는 "정인이의 어깨 쪽이 살짝 내려앉아 있었고 곳곳에 멍과 긁힌 듯한 상처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다수의 학대 흔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상처에 관해 물으니 양부모는 '자다 생긴 것이고 금방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B씨는 아보전으로부터 '정인양의 체중이 크게 줄어 또다시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항을 전달받았으나, 그 당시에도 양부모의 말을 믿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양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양부와 통화했고, 이전보다 더 잘 먹어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했다"며 "곧 추석이니 연휴가 끝난 후인 10월 15일에 가정방문을 하기로 잡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인양은 가정방문 이틀 전인 13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양모가 입양가정이라는 점을 악용해 아이를 숨기는 데도 입양기관 측은 가해자인 양부모의 말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학대 사실을 보고도 모른 척하며 사실상 양부모의 범행을 방치한 셈"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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