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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식 놓고 신경전…국민의힘 대선 주자급 인사 차출설도
“102석 정당이 3석 정당에 밀려서야” 불쾌감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사실상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에 들어가 경선을 치르는 것은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 범야권 통합경선 역시 경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대선후보자 토론 등에서 약점을 내보인 만큼,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단일화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울시장 당선을 전제로 윤석열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정치권 외곽 인사들과 야권 재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 대표는 국민의힘을 대체하는 야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선 대응을 해야 된다. 주도권을 뺏겨 버리면 향후 야권 재편 과정이나 당장 서울시장 보선에서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에둘러 불쾌감을 피력하고 있다.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일 뿐”(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하는 게 순리”(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안 대표의 출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비대위원은 전화통화에서 “브랜드를 가진 사람이니까 야권의 판을 키운다는 면에선 (안 대표의 출마는) 환영받을 일”이라면서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자신이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가 돼야 한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했다. 물밑에선 더욱 날 선 반응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 안 들어오겠다, 나중에 보자. 그러면 어쩌라는 거냐”며 “누가 우리 후보가 되든지 나중에 안철수와 결승전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의 경선 과정이 얼마나 위축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가 저런 식으로 나오면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지지율이 잘 나오면 안 대표가 죽고, 우리가 지지부진하면 우리가 죽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출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 경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다수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데다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단일화를 요구해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이어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21일 발표(YTN 의뢰, 12월14~18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서울 지역 지지도는 31.9%로 더불어민주당(27.5%)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국민의당은 5.0%에 그쳤다. 안 대표의 후보 경쟁력이 생각만큼 높지 않게 나오는 것도 국민의힘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한길리서치가 12월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쿠키뉴스 의뢰, 12월19~20일 조사)에 따르면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안 대표는 17.4%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16.3%)과 오차범위 내 각축전을 벌였다.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배경으로 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2011년 무소속 단일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후보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 김선동 국민의힘 의원, 이혜훈·이종구 전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5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는데 후보들의 인지도나 여론조사에 나타난 경쟁력에서 안 대표에 비해 역부족이란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때문에 대선 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내년 보선, 그리고 대선 승리로 가는 야권 대통합과 단결의 큰 밑그림이 마련돼 나갈 것”이라며 “저도 안 후보의 말씀처럼 보선이 야권 전체의 승리가 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오세훈도 서울시장 선거 도전으로 급선회하나
오 전 시장은 애초 대선 직행 의사를 밝혔는데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일부 중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출마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논란과 인사청문회 등 연말 정국이 정리되는 1월초 오 전 시장이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중량급 당내 인사의 출마를 반길 수밖에 없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책임론 대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11년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이후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는 사퇴 압력을 받았다. ‘당 밖의’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내주게 될 경우 김종인 위원장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바탕으로 대선까지 비대위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김 위원장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엄 소장은 “제1야당이 후보도 못 내면 비난 여론이 당 안팎에서 쏟아질 것”이라며 “김종인 비대위가 대선까지 가려면, 지더라도 국민의힘 후보로 해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