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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회 코로나19 일탈로 부정 평가 늘어나
‘개별 교회 중심 문화 바뀌어야’ 지적도
“마스크를 꼭 쓰고 (정부의) 모든 지침을 따라 자신도 지키고 가정도 지키고 또 교회도 지켜야 합니다.”
초대형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8월16일 주일예배 설교 서두에 교인들에게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확진된 것으로 나온 뒤였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8월23일 설교에서는 “성도 수 56만7000명인 우리 교회에서 8월9일 예배 때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우리 스스로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교만해 있었다”며 크게 몸을 낮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왔다. 8월27일 현재 관련 확진자가 551명에 달한다. 이러면서 개신교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3일 이영훈 목사의 설교에는 이처럼 개신교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담겨 있다.
극우적 성향을 띠는 사랑제일교회의 일탈은 예고된 참사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사랑제일교회는 그동안 서울시 방역 명령을 잘 따르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집회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혐의(감염예방법 위반)로 교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8월24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의 양성률은 21.7%로 서울시 평균치(양성률 0.74%)의 34배에 달한다.
‘개독교’라는 단어는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에서 개신교의 부정적 이미지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런 현상 자체가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기윤실이 올 2월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교회 신뢰도를 조사했는데, ‘신뢰한다(매우+약간)’는 의견은 31.8%로 ‘신뢰하지 않는다(별로+전혀)’는 의견(63.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물었는데 결과는 ‘가톨릭>불교>개신교’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2017년과 비슷하다.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무종교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에서 가톨릭은 33.0%, 불교는 23.8%인 반면, 개신교는 6.1%를 기록했다.
개신교의 위기감은 성도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 공식 자료는 2015년 실시한 통계청의 종교 인구 조사 자료다. 이 통계에서 개신교는 2005년 대비 12.3%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불교가 –29.0%, 천주교가 –24.4%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군다나 개신교는 전체 인구 대비에서도 2015년 기준 19.7%로 불교(15.5%), 천주교(7.9%)를 넘어섰다. 통계로 보면 개신교는 국내 종교 인구 1위다.
하지만 정작 개신교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통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보다는 각 교단이 내부적으로 집계하는 통계를 더 믿는다. 주요 개신교 교단들은 해마다 총회를 열면서 소속 성도 수를 공개하는데, 그걸 기준으로 보면 개신교 성도 수는 감소세에 있다. 국내 대표적 개신교단인 예장합동은 2018년 말 기준 교인 수가 전년 대비 1.2%, 예장통합은 2.8% 줄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개신교 내부에선 ‘가나안 성도’라고 불리는 이들을 주목한다. 대외적으로 자신을 가리켜 개신교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한다. ‘가나안 성도’는 정부 통계와 주요 개신교단 집계가 왜 차이 나는지를 말해 준다. 가나안 성도를 연구하는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2017년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의뢰로 ‘평신도소명의식’을 조사했는데 가나안 성도로 분류할 수 있는 개신교인이 전체의 19.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일부 교회 정면도전 왜?
이뿐만이 아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서울 안디옥교회, 금란교회, 경기도 성남 은혜의강교회, 남양주 창대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고양 반석교회, 부산 온천교회 등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와중에 39개 교단과 10여 개 단체가 속해 있는 보수 성향의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8월19일 낸 호소문에서 “우리는 세속의 권력이 교회 예배까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종교 탄압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방역 당국 지침을 공개적으로 거부해 논란을 더 키웠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는 소속 교회 1700여 곳에 대면 예배를 진행할 것과 부산시 행정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고, 이 중 270여 곳은 실제로 8월23일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일부 교회의 이 같은 행동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방역 조치를 거부하고 예배를 강행한다는 한국교회연합 소속 교회의 봉쇄를 청원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흘 만에 2000여 명(8월21일 기준) 넘게 참여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기독자유통일당 해산을 요청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전 목사 재수감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는 8월25일 현재 40여만 명이 참여했다. 개신교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20~30대가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최근 “이웃은 물론 교회도 보호하지 못했고, 교회를 바라보는 여론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다”는 자성이 담긴 입장문을 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한국 교회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몇몇 교회의 비상식적·반사회적 행동, 일부 교회 관련 단체들의 몰상식적 대응으로 인해 교회가 방역 방해 집단으로 오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안으로는 ‘가나안 성도’ 늘고, 밖에선 ‘개독교’라 비난
종합하면 개신교의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은 교회 안팎에서 모두 터져 나오고 있다.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교회의 위기를 딱 한마디로 정리하긴 힘들다. 탈종교화 현상은 비단 개신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는 “개신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평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래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감소세가 불교, 천주교에 비해 크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진보 성향의 목사들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민중신학자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목사)은 최근 한국 대형 교회 현상의 핵심 키워드를 ‘극우주의’와 ‘웰빙 보수주의’로 정의했다. 김진호 목사는 한국의 대형 교회를 부흥목사 중심의 선발대형교회와 강남 등 고소득 밀집지역에 들어선 후발대형교회로 구분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지 않은 곳은 선발대형교회 성격이 강한 교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 선발대형교회는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삼는 보수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진보 성향 개신교 학자들은 미국 북장로교회 소속 근본주의 성향의 신학자들이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 등 북한 서북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이들이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난 내려와 한국 교회의 뿌리 역할을 하면서 개신교 내 보수 성향이 강해졌다고 본다. 여기에 기복 성향의 웰빙주의와 성장제일주의가 결합하면서 독특한 한국 교회의 색채를 만들어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교회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2000년대 들어 개신교 교세가 커지면서 일부 대형 교회는 정치와 결합되는 양상을 보였고, 그 결과 기독교 정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전광훈 목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손잡고 기독자유통일당을 만들었으나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일부 대형 교회의 정치세력화는 이명박 정부 때 더욱 노골화했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모교인 고려대와 고향인 영남 출신 외에 자신이 출석한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로 내각을 꾸려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에서 활동하는 극우 성향 개신교 목사들이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 단군상 설립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극우 개신교 세력은 최근 여권이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놓고 또다시 갈등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사실상 허용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도입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개신교가 직격탄을 맞은 데는 한국 교회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가톨릭과 불교계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개신교계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교파 수만 해도 100여 개에 달한다. 그런 와중에 컨트롤타워인 교단총회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몇몇 초대형 교회의 뜻에 한국 교회 전체가 끌려간다. 개척교회로 불리는 소규모 교회는 성직자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교회들은 하나같이 상가에 입주해 있는 소규모 교회들이었다. 예장통합이 지난 6월 교단 소속 담임목사 1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68.8%가 코로나19로 ‘교회 헌금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교인들의 주일 성수 인식 및 소속감 약해짐’(39.0%)과 ‘재정 문제’(20.8%)를 꼽았다.정치와 손잡고 기득권 지키려는 한국 교회
이들 소규모 교회에선 대면 예배 이후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돼 있다. 이 밖에도 통성기도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역시 코로나19 확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일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것 역시 논란거리다. 방역 당국의 자제 요청에 대해 일부 교회는 “예배 중지 행정명령은 위법이며 종교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과 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속출 현상은 결과적으로 지난 3월 신천지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자 개신교 내부에서 “이럴 바에는 우리가 그토록 비난한 신천지와 다를 바가 뭐냐”며 일부 교회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전광훈 목사는 상당수 개신교 신자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 모습이다. 주요 교단들은 9~10월 총회를 열고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단으로 규정되면 전 목사는 사실상 개신교계에서 퇴출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크리스챤아카데미, 대한기독교서회 등 3곳은 지난해 9월 개신교인 1000명, 비개신교인 1000명 등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전광훈 목사의 주장에 대해 개신교인 71.9%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신교인 3명 중 2명(64.4%)은 ‘전광훈 목사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개신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사퇴한 상태다. 개신교 일각에서는 개별 교회 중심의 교계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 설립을 마치 기업 창업처럼 여기고 재적 성도 수로 목회 성공을 평가하는 지금의 교회 문화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등 주요 대형 교단을 중심으로 ‘목회자 직업 겸직’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민경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진보 성향의 기독교계가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면 지금 보수 기독교계의 반정부 투쟁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 교수는 “로마에 멸망당하면서 성전이 무너지는 것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제 예배는 어디서 드려야 하나’ 걱정했으나, 얼마 후 이는 예배의 변화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젊은 목회자들이 교회를 세우지 않고 공동으로 예배 동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배포하는 등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