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가 몰고 온 강한 비바람이 26일 제주도를 강타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제주 전역에는 바비 영향으로 초속 10∼2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시설물 피해가 잇달았다. 제주 서귀포시 회수 로터리 인근을 비롯한 제주 시내 도로 여러 곳에서 가로수가 꺾여 도로를 침범했고, 상가나 건물의 간판과 외벽, 유리창 등이 떨어져 긴급 안전조치가 이뤄진 곳도 속출했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강풍에 꺾이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4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시간이 흐를 수록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이날 제주를 오가는 모든 항공사 항공편을 전편 결항 조치됐다. 이날 오전 6시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을 시작으로 낮 12시 0분 현재 항공편 463편(출발 231편·도착232편)이 줄줄이 운항을 취소했다. 또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도 모두 중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바비의 중심기압은 945hPa, 최대풍속은 초속 45m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당초 바비는 이날 정오께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예상보다 3시간이나 앞선 오전 9시를 지나면서 초강력 태풍으로 세력이 커졌다.
바비의 최근접 예상 시점은 흑산도 오후 8시, 서울 27일 오전 4∼5시다. 북한 황해도 상륙 시점은 27일 오전 5∼6시다.
바비는 역대 태풍 중 바람의 세기가 가장 셌던 2003년 '매미'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매미의 최대풍속은 2003년 9월12일 초속 51.1m, 최대 순간풍속은 같은 날 초속 60m였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35m면 기차가 탈선할 수 있고, 40m 이상이면 사람은 물론 대형 구조물이나 달리는 차도 뒤집어놓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갖게 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우리나라 서해상을 경유한 태풍 중 바비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태풍의 북상 속도와 강도에 따라서 풍속이 달라질 수 있으나 매우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