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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로 컴백한 송중기
드디어 그가 등판한다. 영화 《군함도》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다사다난했다. 결혼부터 이혼까지 이슈 그 자체였고, 잔인하리만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머들의 시간이었다. 최근엔 열애 소문까지 더해져 작품보다 사생활이 대중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렸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배우이기에 더욱 그랬다.
송중기는 그동안 영화 《군함도》 《늑대소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태양의 후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성균관 스캔들》 등 작품마다 다채로운 도전으로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이혼 이후 주춤했던 활동에 그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의 비장의 카드는 영화 《승리호》다. 색다른 장르, 화려한 캐스팅, 출세작 《늑대소년》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재기발랄한 조성희 감독과 8년 만의 재회다.
영화 《승리호》는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우주 SF 장르다. 할리우드에서는 《인터스텔라》(2014), 《그래비티》(2013), 《마션》(2015), 《퍼스트맨》(2018), 《애드 아스트라》(2019) 등을 꾸준히 선보였지만,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우주 SF 판타지 장르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상상력과 새로운 세계를 선보여준 조성희 감독의 작품이다. 거기에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라인업이다. 《호빗》 시리즈와 《오션스8》(2018)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까지 가세한다. 그는 병든 지구를 피해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를 창조해 낸 기업의 창업주 ‘제임스 설리번’을 연기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극 중 송중기는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로 분한다. 태호는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 출신으로, 작전 중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고 모든 것을 빼앗긴 후 승리호의 조종사가 된 인물이다.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돈을 모아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듯,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달려든다. 신발도 없이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채 여유 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승리호를 조종한다.
송중기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멋 부리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태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밝은 모습과 그 이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껏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온 송중기는 《승리호》를 통해 냉정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태호의 복합적인 매력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후문이다.
연출은 맡은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는 스스로 캐릭터의 빈틈을 메우고 창조하는 배우다. 그는 태호가 가진 모든 것들을 완벽히 표현해 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늑대소년》 때와 같이 변함없이 여전히 성실하고 밝고 유쾌하며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배우다. 주변을 늘 웃게 만드는 그와 함께 작업을 한다는 건 큰 행복”이라고 재회의 소감을 밝혔다.
《승리호》의 어떤 점이 끌렸나.
“9년 전 영화 《늑대소년》을 촬영할 때 감독님이 우주 SF 영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당시엔 재미있는 우주 활극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후 ‘우주쓰레기’라는 기발한 소재라는 말을 듣고 더 큰 신선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우주 SF 영화라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감독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만화적인 색깔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그런 감독님의 색깔과 우주 SF가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다.” 실제로 《승리호》에 대한 아이디어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성희 감독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 《늑대소년》(2012)을 발표하기 직전이다. 조 감독은 “친구와 밥을 먹다가 친구가 우주산업 폐기물이 어마어마하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의 속도가 엄청 빨라 지금까지도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말을 했다”며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는 한국인들이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노동자가 되면 어떨까 싶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시나리오를 읽고 첫 느낌이 어땠나.
“《승리호》라는 제목을 처음 떠올렸을 때부터 좋았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우주 SF 영화에 한글로 ‘승리호’가 적혀 있고 그 밑에 태극기가 있다는 것을 상상했을 때부터 소름이 돋았다.”다시 만난 조성희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늑대소년》 때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끝난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감독님과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 서로의 색을 알면서 시작한 터라 촬영 내내 말은 안 해도 진심이 오간 느낌이 있다.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에 여유가 좀 생겼다고 해야 할까(웃음).”현장 분위기도 무척 좋았다고 들었다.
“정말 활기찼고 그 중심엔 (유)해진이 형님이 계셨다. 애초에 유해진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몇 번 질렀는지 모른다. 너무 좋았다. 실제로 형님은 촬영 내내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고, 또 그것에 대해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물론 처음에는 걱정도 있었다.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어서 의지하며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태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주선 조종은 처음 해 봤다. 쉽지 않더라(웃음). 돈이 없이 구멍 난 양말만 신고 다니는 찌질한 인물이다. 돈이 되는 일은 뭐든 찾아다니는 냉철하면서도 잔머리 굴리는 인물이다. 전반적으로 차가운 인물이라서 자칫 내가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차갑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분위기를 업시키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대본을 워낙 디테일하게 써놓으셔서 배우들은 각자의 색에 맞게 개성만 살짝 덧입히면 됐다.”함께 출연한 영국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는 어땠나.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컴 온!’이라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다. 그 여유가 너무 멋있었고 기댈 수 있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황정민 선배에게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 것 같다.”마지막으로 오랜만에 개봉을 앞둔 소감은.
“컴퓨터 그래픽(CG)을 사용한 장면들이 관객을 정신없이 몰아친다. 큰 화면으로 좋은 사운드와 함께 보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태호의 찌질하면서도 속 깊은 모습을 집중적으로 봐주시면 배우로서 저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