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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소재 백화점 매출 30%까지 급감…과거 사스·메르스 사태 악몽 재현 우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주말이면 한창 붐벼야 할 마트나 백화점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부동산중개업소, 찜질방 등에 발길이 뚝 끊겼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코스피지수는 7거래일 만에 5% 가까이 하락했다. 재계에서는 2003년 큰 타격을 입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우 신종 바이러스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매출이 하락하는 추세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쇼크’가 확산되면서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영향도 하락으로 오프라인 유통사, 특히 대형마트의 외형 감소폭이 올해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했다”며 “예상치 못한 신종 바이러스가 최근 확산되면서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확진자가 방문한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이마트·AK플라자 등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은 최근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도 2월10일 하루 일부 점포 문을 닫고, 시내 면세점은 2시간 단축 영업을 할 예정이다. 문을 닫지 않는 점포도 고객 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실제 고객 수 감소가 많다. 수치화할 순 없지만 현장 근무자에 따르면 주말 고객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되면서 2월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신라면세점 앞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이 확인되면서 2월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간 신라면세점 앞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장 문 닫고, 발길 끊기고…

영업 중단의 여파는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2월 첫째 주 주말(1~2일)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9~10일)과 비교해 11% 감소했다. 명동 본점의 매출은 30%나 급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주말 매출도 12.6% 줄었다. 명동 본점 매출은 23.5%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은 8.5%, 본점인 압구정점은 7% 감소했다. 지난해 불황의 영향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은 비록 하락세이긴 했으나 역성장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미진하게나마 조금씩 성장해 왔다. 그러던 오프라인 업체 매출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던 가장 가까운 과거는 지난해를 제외하곤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던 때다. 최근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1%, 백화점은 1.2%, SSM(기업형슈퍼마켓)은 1.3% 각각 감소했다. 감염병 이슈가 매출 하락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유통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의 제품 생산이나 수출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SK이노베이션, LG화학의 경우 현지 인력 철수와 함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다. 중국 부품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크게 감소했다. 이른바 한한령(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령)으로 신음하던 관광이나 게임업계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기대감에 고무됐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한국 경제가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 충격파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에서 확산될 경우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중국의 경제 상황이다. 대도시 중심의 이동 통제와 도로 폐쇄 등으로 1분기 소비 부문의 충격과 제조업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국내외 연구기관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0.3~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시장조사·컨설팅 기관인 CRU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산업생산율이 1% 정도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는 각각 560명, 2만8000명(2월6일 0시 기준)을 기록했다. 우한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생후 30시간 지난 신생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을 기존 5.6%에서 4.0%로 하향 조정했다. 1990년(3.9%) 이후 최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장기화할 경우 연간 성장률이 5%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여파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로 고스란히 번질 수 있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1~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러스 사태가 국내에 추가적으로 확산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만 0.6~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中 GDP 성장률 20년 만에 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올해 1~4월 외국인 관광객은 최대 202만1000명, 관광수입은 2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국내 명목 수출액도 1조5000억~2조50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사스 때보다 클 것으로 본다”며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유연하고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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