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논란’ ① 판매자에게 물었다
김성식 팀포유 대표 “국가가 리얼돌 막을 명분 처음부터 없었다”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수입규제가 풀리면 중국 시장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환영할 일은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리얼돌을 유통할 수 있게 된다면 혼탁화된 시장이 양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 국가가 리얼돌을 막을 명분은 처음부터 없었다. 구매자들은 리얼돌을 꽁꽁 숨긴다.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가 될 수 있을까. 굳이 불법이라고 막을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리얼돌 찬성론자들의 가장 강력한 주장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을 성적 도구화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데.
“여성분들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리얼돌을 만드는 입장에서, 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 ‘도구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성적 욕구 해소만을 위해 리얼돌을 사가지 않는다. 단순히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리얼돌을 찾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같이 보러 오시는 분도, 부부가 같이 오시는 경우도 있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우선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옛날에는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여성의 노출을 막는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막았다. 그러나 성적 욕구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방법들이 생겨났다. 성매매는 여성 자체를 성상품화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실제 여성을 상대로 성을 해소하는 것이 여성의 성상품화다. 리얼돌은 여성이 아니다. 여성과 비슷한 만족감을 구현하면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올바르지 않은 성적 욕구의 분출이 여성을 상대로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리얼돌을 삼으로써 여성에 대한 소유욕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미 소유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리얼돌을 구매하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을 소유할 수 없어서 인형을 소유한다는 것은 소유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사람을 인형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있을까. 누군가 과일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과일칼이 살인 도구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의 원인을 유발하는 원인이 리얼돌이 될 수는 없다.”
리얼돌 유통이나 수입 허가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한국은 성 관련 문화들이 오랫동안 불법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리얼돌이 갑자기 그 중심이 됐다. 사실상 성과 관련된 비즈니스는 그동안 음지 문화 쪽으로 많이 형성돼 있었다. 리얼돌을 활용해 사업을 하려고 찾아온 분들은 불법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수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리얼돌 산업을 양지화해 나쁘지 않게 인식하고, 올바르게 쓰이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리얼돌이 성 관련 산업에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실제로 성매매에 동원되는 리얼돌도 생겨나고 있다. ‘인형방’, 모텔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렌털 사업 요청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그 사업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나 몇 군데는 이미 생겼다. 이는 불법의 소지가 있다. 인형방 등은 형법으로 처벌은 못 하더라도, 행정처분 등을 받을 수 있다.”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동 리얼돌에 대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나.
“아동 리얼돌을 막는 것에는 동의한다. 사실 업계 사람들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 줬으면 하는 게 컸다. 그러나 물 건너갔다. 이미 아동 리얼돌에 대한 요청도 있고, 일부 업체는 판매도 하고 있다. 작은 리얼돌은 가격도 저렴하고 무게가 가볍고 다루기도 쉽다.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도 아동 리얼돌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부했다. 우리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동 리얼돌은 만들지 않기로 선을 그어놓고 시작했다. 저도 아동 리얼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률밖에 없다고 본다.”
자신의 얼굴을 한 리얼돌에 대한 공포도 크다. 합법적으로 자신의 초상권을 리얼돌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도 있나.
“초상권 문제는 리얼돌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3D 프린터, 피규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유명 배우 얼굴로 하는 경우는 있다. 초상권 협약을 한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얼굴로 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 업체와 계약을 하고 초상권 계약을 한 모델로 수백 개 이상의 인형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리얼돌은 사진만 보고 똑같이 만들 수는 없고, 사람 얼굴을 원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작업이 가능하다. 한 명의 사람을 만들기 위해 원형을 새로 만들고, 몰드를 새로 만드는 것은 업체 측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리얼돌과 AI를 접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 섹스로봇을 만들고 있는 업체가 리얼돌 업체다. 로봇기술자 입장에서는 사람 모양의 로봇을 만들어 수익을 발생시키기가 어려운데, 리얼돌은 부족한 로봇기술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스피커, 블루투스 음성 앱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별것 아닌 기술도 리얼돌에 넣어놓으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용화한 업체는 많이 없고, 한국에서는 특히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완전 합법화가 돼야 하고, 전기제품 인증 등을 받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 AI 업계에서 연락이 온 적은 있지만, 투자 단계에서 어그러졌다.”
논란이 계속되면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의견도 나올 것이다. 앞으로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이 정도까지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은 굉장히 사람 같아서 그런 우려를 하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리얼돌을 보면 ‘인형’에 불과하다고 느끼실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산업이 음지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리얼돌협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들어왔는데, 가격을 담합하기 위해서였다. 아동 리얼돌 제작을 하지 않고, 적정한 가격을 설정하는 등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산업 자체를 양성화한다면 시장의 혼탁함은 줄어들 것이다. 만약 리얼돌의 유통이 불법화된다면 저희는 그냥 깔끔하게 손을 뗄 것이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