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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안락사 막을 수 없어…임시보호·입양 활성화해야’

얼마 전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개 농장의 동물들을 구조한 후 대규모 안락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파장이 일었다. 누구보다 강도 높게 지방자치단체 유기동물 보호소의 안락사를 비난해 왔던 그였기에 사람들의 충격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동물권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보호단체마저 구조한 동물들을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가 생기는 것은 실현 가능할까. 요즘 유기동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로 구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안락사를 시행하는 지자체 보호소는 나쁜 보호소, 안락사가 없는 사설 보호소는 좋은 보호소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보인다. 이런 비교는 근본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에 근거해 지자체에서 설치·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는 의무적으로 유기·유실·피학대 동물 관련 신고가 접수됐을 때 구조 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동물들 숫자가 2018년 11만 마리를 넘어섰다. 그중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된 동물은 불과 43% 정도다. 나머지 동물들은 입양될 때까지 충분히 보호돼야 하지만, 이 모든 동물들을 계속 보호할 만한 공간과 예산이 마련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 동물보호소에서 주인을 잃은, 혹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견공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동물보호소에서 주인을 잃은, 혹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견공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입양률 43% 불과…공간·예산은 태부족

이에 반해 흔히 사설 보호소라 불리는 곳은 신고된 동물들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없는 데다 운영·관리 기준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안락사는 없을지라도 입양이 어려운 동물들이 계속 보호되며 누적되는 형태다. 새로운 동물들이 구조되고 보호될 여력이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누군가는 신고된 유기·유실·피학대 동물들을 구조하고 보호해야 한다. 동일한 여건에서 그 의무가 만약 동물보호단체나 사설 보호소에 주어진다면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는 그들일지라도 매년 10만 마리 이상 쏟아지는 동물들을 온전히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필자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지자체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관리하면서 안락사를 막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유기동물 안락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임시보호와 입양 활성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을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직접 개발·운영해 오고 있다.  한 생명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유기동물 안락사의 모든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나, 현재로선 모든 안락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안락사를 시행하는 보호소는 나쁜 보호소,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는 착한 보호소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보호소가 얼마나 임시보호와 입양에 적극적인지 그리고 봉사자들에게 얼마나 개방되어 운영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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